아베, 아버지 닮은 '뿔테안경' 쓰고 등장한 배경은

입력 2019-02-03 10:18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외모 변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평소 안경을 잘 쓰지 않는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정기국회에 출석해 각 당 대표 질의에 답변하는 시간이 되자 검은 뿔테안경을 끼고 등단했다.

지난달 28일 정기국회 개원 때와 이튿날 있었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영접 때도 쓰지 않았던 안경이었다.

아베 총리의 뿔테안경이 새삼 주목받은 것은 안경을 착용한 그의 모습이 부친을 빼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집권 자민당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총무회장이 제일 먼저 그 점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검은 뿔테안경 낀 모습을 보고는 그의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부친은 외무상을 지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1991)로, 친한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제 시절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며 반전과 평화주의를 주창했던 아베 간(安倍寬·1894~1946)의 아들인 신타로 전 외무상은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54년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의 비서로 정치에 몸담았다.

신타로는 훗날 기시의 장녀와 결혼해 세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가 아베 총리다.

이런 얽힘으로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기시는 A급 전범 용의자였으나 태평양전쟁 막판에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당시 총리와 대립한 점 등이 참작돼 운좋게도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다.

기시는 이후 총리 자리까지 올라 미국과의 신(新) 안보조약 체결을 이끌어 '쇼와의 요괴'(昭和の妖怪)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보수우파의 대부로 명성을 날렸으나 이 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안보투쟁) 여파로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신타로는 일본 정계 거물인 기시의 사위로 1958년 총선 때 야마구치현에서 34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한 뒤 관방장관, 자민당 정조회장, 외무상, 자민당 간사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총리 자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1991년 췌장암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를 기억하는 일본 사람들은 검은 뿔테안경이 트레이드 마크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아베 총리가 아버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 뿔테안경을 새삼스레 쓰기 시작한 배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성장 과정에서 평화주의를 좇은 친할아버지보다는 전범으로 지목됐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경화와 군국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을 보여온 그의 행보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부친인 신타로 전 외무상은 주변에서 '기시의 데릴사위'라는 말을 가끔 듣곤 했는데, 그 말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은 '아베 간의 아들'이라며 평화주의를 주창했던 아버지(아베 총리의 친조부)의 기개를 존경한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그런 아버지의 화신처럼 외모를 바꾼 아베 총리의 향후 행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부친인 신타로의 젊은 시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