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는 창사 20주년을 맞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한국경제TV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키워드로 본 한국 경제’.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박해린, 정원우 기자가 대한민국 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습니다.
<기자>
우리 국민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 글자죠.
IMF.
하루아침에 기업들은 줄도산하고 가장들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주가는 반토막 났고 환율은 배로 뛰었습니다.
IMF에 경제 주권을 빼앗겼다는 허탈함에 '제2의 국치'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국난 극복을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롱 속 달러와 금붙이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3년 8개월 만에 지긋지긋했던 IMF 시대를 졸업했습니다.
IMF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마주하게 된 세 글자.
이번엔 FTA입니다.
관세 장벽을 하나, 둘 허물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경제 영토는 세계로 확장됩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현재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나라만 57개국.
비록 땅덩어리는 100위권 밖이지만 경제 영토는 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넓어졌습니다.
[인터뷰]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FTA를 체결하면서 수입 수출 규모가 커지고 교역 국가 순위에서도 넘버 7까지 높아지는 등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곳간을 채운 건 비단 콘테이너 박스만이 아니었습니다.
K-POP과 영화, 드라마, 각종 TV 오락물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한류'는 '반짝 유행'이 아닌 우리의 간판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찾고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의 아름다움을 닮으려 합니다.
UN총회에서 연설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0년 간 벌어들일 경제적 부가가치가 56조 원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왔었죠.
'걸어다니는 기업'이란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한국에서 소비하는 등 한국산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경제적 창출 효과가 있습니다.”
국난 극복을 넘어 경제 재도약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대한민국.
하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1천 500조.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 '가계부채' 규모입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3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습니다.
저금리 시대, 너도 나도 빚 내서 내 집 마련에 나섰고 그 결과는 '하우스 푸어'였습니다.
소득 양극화도 갈수록 심각합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1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습니다.
갈수록 커지는 대기업,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
기업 구조조정으로 자영업에 내몰린 서민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인수 자영업자
“가면 갈수록 내리막길이지. IMF때가 훨씬 나았지. 있는 사람하고 없는 사람하고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우리나라 중산층이 다 없어져버렸잖아.”
[인터뷰] 이광희 자영업자
"장사가 너무 안돼요. 가게세고 뭐고 빚내다 냈는데 이제 빚낼 데도 없어요."
세계 11위의 교역국.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화려한 수치들의 이면엔 또 다른 위기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위기들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것인가.
한국 경제는 다시, 갈림길에 섰습니다.
앞으로의 20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정원우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