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저성장과 새로운 과제'
요즘 들어 심심치 볼 수 있는 보이는 헤드라인이지만 1970년대 한 일간지의 사설 제목입니다.
수출시장과 석유자원의 여건은 악화되고 성장을 부양할 여건이 적어지면서 성장률이 7~8% 선에 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스탠딩>
"저성장이라는 말은 다분히 상대적입니다. 1970년대 저성장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해 1980년대를 거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지금까지도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모든 생산자원을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흔히 경제의 기초체력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고도성장기 7~9%(1980년대)에 달했지만 이후 2000년대 초반 5% 안팎으로 떨어졌고 현재 2% 중반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금은 2%대에서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는거죠. 재작년 3.1% 성장 잠시 했지만 올해 성장률도 2% 후반대나 중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볼 때 성장률이 2%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 기어의 N은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하는 중립, 뉴트럴의 앞글자를 땄 습니다.
여기에는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나타내는 새로운 질서가 숨어있습니다.
<기자 스탠딩>
“'뉴 뉴트럴'은 전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금리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도 경제가 실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중립적인 상태를 뜻하는 이 말은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가 지난 2014년 제시했습니다.”
뉴 뉴트럴은 저금리와 저성장, 저물가로 상징되는 뉴 노멀 시대보다도 더 비관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면서 투자도 부진에 빠지게 됩니다.
낮은 기준금리와 재정확대 등 경기 부양책도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힙니다. 돈은 많이 풀리고 있지만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가 더 심해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금리를 낮춰도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다든지 투자를 하지 않는다든지 원인은 그 경제가 약간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면 기업이 금리가 낮아도 투자를 하지 않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
물론 이같은 현상은 우리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제로 수준 금리와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에 경험했던 호황은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반짝 호황을 보이는가 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사상 최대 수출 달성에도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7%에 그쳤고 그리고 올해와 내년 역시 2%대가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습니다.
혁신의 한계와 노동생산성 약화, 출산율 하락과 이에 따른 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뉴 뉴트럴 시대로의 진입에 맞춰 한국경제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노력과 동시에 어떤 저성장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졌습니다.
<인터뷰>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큰 규모일수록 속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당연한 것이고 그렇지만 이런 것이 더 빨리 낮아진다든지 하는 것을 방지해야겠고. 그렇게 낮아지는 성장속도를 용인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소외받거나 불행하다거나 이런 것을 느끼지 않게 하는..."
고도성장의 향수에서 벗어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제 '양질의 저성장'으로 경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 20년 한국경제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