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해 뇌사에 빠진 군인…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입력 2019-01-25 22:31


행인에게 폭행당해 뇌사에 빠진 군인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환자를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25일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육군에 입대한 고(故) 박용관(21) 상병은 휴가 중이던 지난 12일 새벽 김해 시내 한 도로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행인 A(23)씨로부터 뺨을 맞았다.

박 상병은 폭행 직후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는 박 상병 일행이 시끄럽게 떠들어 때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병은 이후 도내 모 대학병원에서 2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 21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박 상병 유족은 고심 끝에 그의 심장·폐·간·췌장·좌우 신장을 장기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기증 장기는 사망 판정 당일 환자 5명에게 무사히 이식됐다.

박 상병 아버지는 2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힘든 선택이었지만 평소 정이 많은 아들의 생각도 가족의 뜻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라를 지키던 군인으로 직업 군인을 꿈꾸던 아들인 만큼 마지막 가는 길도 숭고한 나눔을 실천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도 선수 출신에다가 태권도 3단인 아들이 이렇게 사망할 정도의 체력이나 체격이 아니다"며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상병 유족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군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