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 이야기] 중소기업 핵심된 '그들'…"퇴사할까 늘 걱정"

입력 2019-01-03 09:17
'특성화고' 이 시대의 해답입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만나면 꼭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다. 눈에 보이는 물건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수지맞는 선물은 맞다. 특성화고 얘기다.

먼저 지난 12월21일 해단식을 가진 ‘제1기 중소기업 원정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소기업 원정대란 전국에서 뽑은 40여명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소재 기업을 견학하면서 기존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교육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매거진에서 공동 추진한 프로젝트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작년 9월부터 2개 기업씩 방문한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ㅇㅇ기업 견학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등. 해단식에서도 학생들은 “직접 중소기업을 둘러보고 사장님께 질문도 해본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 취업대란 시대에 중소기업은 '기회의 땅'

특성화고 출신 가운데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중소기업에 들어간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대학을 나온 취업준비생들은 더 ‘깜깜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학부모들의 시각도 취업준비생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결국 상대적으로 눈높이가 낮은 특성화고 출신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취업하게 된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특성화고 출신에게 중소기업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경기 안산에서 대모엔지니어링이라는 중견기업을 일궈 낸 이원해 대표는 ‘특성화고 전도사’로 불린다. 특성화고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다. 그는 “유한공고라는 특성화고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자녀들도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는 “중소기업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봐야 실력도 늘고 나중에 창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직장의 안정성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우리 회사 직원들은 십년, 이십년 이상씩 일하면서 모두 회사의 핵심 인력들이 됐기 때문에 혹시 나간다고 하지나 않을까 늘 걱정”이라고 했다.



● 겸손이 몸에 배인 특성화고 출신들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한 일본인 강사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는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한국 청년들을 상담해주면서 두 나라 기업문화와 취업관이 상당히 다른 것에 놀랐다고 한다. 일본 기업은 출신 대학이나 학점, 대외활동 등 이른바 스펙은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스펙을 자랑하며 “뭐든 시켜주시면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취준생은 오히려 감점 대상이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합격만 시켜주시면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일본기업의 설문조사에서도 면접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첫째가 사람 됨됨이, 둘째가 입사하려는 기업에 대한 열정, 셋째가 향후 가능성의 순으로 나왔다고 한다.

우리와 일본의 취업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특성화고 출신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특성화고 출신들의 장점은 스펙보다는 실력과 경험이다. 또 작은 성취에 만족할 줄 아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있다. 연봉과 복지에 따라 이 기업, 저 기업 기웃거리기 보다는 첫 직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실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 인생은 길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의 연봉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특성화고 출신들은 효자들이다. 고교 3년간 학비가 한 푼도 안 들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기업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거기다 일정 기간 취업한 뒤 대학 진학을 원할 경우 기업과 정부가 학비도 지원해준다.

취업대란 시대다. 팍팍한 살림살이에서 예외인 가정이 얼마나 될까.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특성화고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권해본다.

김병일 캠퍼스잡앤조이·하이틴 잡앤조이 1618 편집장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