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환자의 대장에 천공을 내고, 제때 응급처치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청주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5월 12일 오전 9시께 환자 B(사망 당시 68세)씨를 상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다.
평소 스테로이드 제제인 류마티스약을 복용하던 B씨는 대장 내벽이 일반인보다 얇았고, 이 같은 사실을 A씨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A씨가 B씨의 대장 조직을 떼어 내는 과정에서 5㎝ 크기의 천공이 생기고 말았다.
A씨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시술을 마쳤다.
회복실에 있던 B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토, 복통을 호소했고 급기야 전신발작, 경련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이에 A씨는 별다른 조처 없이 진정제 투여 후 경과를 지켜봤고,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우려한 보호자들의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오후 5시가 돼서야 B씨는 상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급성복막염 진단을 받은 B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재차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약 2달 뒤 숨지고 말았다.
이 같은 일로 재판을 받게 된 A씨는 법정에서 "피해자의 몸에 발생한 천공은 대장 내시경의 일반적인 부작용에 불과하고, 시술 후 보인 증상만으로는 복막염 발생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며 업무상 과실에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58)씨에게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밝혔다.
고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대장 내시경 시술을 마치면서 천공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물론 피해자가 복통을 호소한 때로부터 7시간 이상 지난 후에야 전원 조치가 이뤄지도록 방치한 과실 모두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고 부장판사는 또 "의사라는 직업에 따르는 의무와 수고를 소홀히 한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업무에 수반되는 위험성만을 강조하며 지나친 책임 부과는 국민의 건강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식의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처벌의 엄격성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만큼 투철한 준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의료법상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A씨는 의사면허를 잃을 수 있다.
법정 구속된 지 10여일이 지난 현재 A씨는 구속집행 정지 상태로 보석 신청을 하는 한편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