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에는 그가 작업 중 늘 끓여 먹었다던 컵라면이 나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3일 유가족이 함께 나선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김 군의 유품을 15일 공개했다.
유품에는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보이는 수첩, 물티슈, 우산, 샤워 도구, 속옷, 발포 비타민, 김씨의 이름이 붙은 작업복과 슬리퍼 등이 포함됐다. 수첩과 슬리퍼 등에는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특히 종류별 컵라면과 각종 방향제,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등이 들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김씨와 함께 일한 동료에 따르면 탄가루 탓에 코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작업장에서 김씨는 헤드 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일했다. 유품 중 하나인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한 것과는 다른, 김씨가 사비를 들여서 산 것이라고 한다.
현장조사 당시 김씨의 어머니가 "일할 때 영상 통화하면 아들은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동료에게 물었다.
이에 동료는 "원청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원청에서) 낙탄 치우라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온다"며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 시간이 없어서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 모(당시 19세) 군의 가방에서도 밥 대신 먹었다던 컵라면이 나온 바 있다.
김군이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올해 추모제에서도 김군에게 전하는 편지, 국화와 함께 컵라면 등이 놓였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차 추모제를 열고 김용균 씨의 생전 사진과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