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집안싸움 '점입가경'

입력 2018-12-13 17:16
수정 2018-12-13 16:56
<앵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간 갈등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과 인력을 축소하라고 요구하자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를 해체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과거 '혼연일체', '한 몸'을 자처했던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 사이의 균열은 금감원 수장이 더 이상 '금융위 출신'이 아니라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지금의 윤석헌 원장까지.

새로 오는 원장들마다 감독기관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하자 금융위는 사실상 '하급기관의 반항'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부터 키코 재조사와 은행 대출금리 조작, K뱅크 특혜 의혹 그리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까지.

'금융당국'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두 기관이 사사건건 '엇박자'를 냈던 이유입니다.

급기야 금융위는 금감원 경영 평가를 2년 연속 'C' 등급으로 매긴 데 이어 1~3급 직원 비중을 43%에서 30%까지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금융감독원 직원

"기관별 평가도 잘 안나오고 내년 예산도 많이 깎일 거라고 얘기를 들으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저희가 일한 것에 비해 너무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허탈한 마음입니다."

여기에 성과급과 인건비 등 금감원의 내년 예산까지 삭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 졌습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최근 최종구 위원장이 예고 없이 금감원을 방문해 윤석헌 원장을 만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윤 원장은 예정됐던 기자 간담회와 시상식 참석까지 취소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과 힘겨루기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