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용균(24)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가운데 회사 측이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의 입단속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사고가 난 태안화력 협력업체 한국발전기술㈜ 직원들에 따르면 전날 사고 발생 직후 담당 팀장이 일부 직원들에게 '언론 등 외부에서 내용을 물어보면 일절 응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말 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내용을 녹음하고 항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사고 발생 직후 1인 근무가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외부에 사고가 난 곳은 자주 순찰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축소 의혹도 제기된다.
숨진 김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현장 근무에 들어가면 보통 2∼3회가량 가고 순찰일지 서명도 하는 곳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국발전기술 측은 현재까지 1인 근무에 대해 "회사 내부 지침에는 현장 운전원은 1인 근무가 가능하게 돼 있다"며 "운전원은 순찰 위주이지 정비나 점검을 하지 않도록 한다. 간단한 조치 등은 가능하지만, 정비나 점검 등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 요청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현장 직원은 "운전원 업무가 순찰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사무실에 와보면 알겠지만, 삽 같은 장비들이 왜 비치돼 있겠는가. 석탄이 쌓이거나 사소한 문제가 생기면 운전원들이 직접 장비를 들고 현장에서 조치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숨진 김씨의 빈소가 차려져 직장동료들이 문상을 시작했으나 서부발전이나 협력업체 대표 등의 출입은 막고 있다.
장례일정 등은 유가족과 노조가 협의 중이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는 구의역 사건의 재판"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