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국민주택에 영세율 적용 추진…실효성 의문

입력 2018-12-11 17:06
<앵커>

서울시가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국민주택에 대해 아예 영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민주택 분양 원가를 낮춰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또 한번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지효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한국경제TV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의 '국민주택 부가가치세 부담 개선방안 추진계획 보고서'입니다.

서울시가 건설사의 재료비 매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관련 회의도 열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85㎡ 이하 국민주택과 국민주택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국민주택 구매자들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은 재료비를 매입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에 대해 매입세액 공제를 못받기 때문에 이를 분양원가에 포함해 반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런 구조가 분양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이를 고쳐 분양원가를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국민주택 건설 용역을 제공하는 건설사의 매입에 대해 부가가치세 환급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사실상 '영세율'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서울시 관계자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꼭 문제점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내역서를 보다보니 이런 사안들이 있어서…"

하지만 분양 원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작 관계 기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국민주택 영세율 적용은 세법 개정 사항인데,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또 분양가는 이미 정해진 분양가 상한제의 상한선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현실적인 구조도 걸림돌입니다.

<인터뷰> LH 관계자

"예를 들어 집 한채를 짓는데 800만원이라고 하면 분양가 상한제는 공사비 원가랑 상관없이 측정할 수 있거든요, 기준이 있어서. 상한이 1,000만원이면 공사비가 더 낮아진다고 해서 꼭 900만원으로 공급가격을 설정하는 건 아니니까 일반적으로. 그리고 부가세가 그 정도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거든요."

환급해 준 매입부가가치세액 만큼 분양원가가 인하될 수 있을지, 자칫 건설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전영준 /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분양원가의 개념으로만 출발하면 분양원가 상에 떨어질 요인은 없다고 봐야죠. 원하도급자 간의 관계, 또는 하도급자가 자기가 순공사비를 가져가는 비중의 문제지, 그게 분양원가 절감에 영향을 미치기는 제한적인 것 같거든요."

서울시는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매입부가가치세 부담액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면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