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휴전'을 합의하며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는 미중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카드로 현재까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외교부가 지난 8일 주중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강한 항의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중국 주요 매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으며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사평(社評)에서 "멍완저우에 대한 거친 대우는 엄중한 인권침해"라며 당장 이 같은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멍완저우가 12월 1일 체포됐고, 모욕적인 처사를 당해 왔다"면서 "캐나다 경찰은 멍완저우를 공항에서 체포해 구치소까지 수갑을 채워서 데려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멍완저우가 신체 이상을 호소해 병원에 갔다 올 때도 캐나다 경찰은 수갑을 채운 채로 병원에 데려갔다"며 "그가 법정에 가서 심문을 받고 교정센터로 돌아올 때는 수갑에 더해 족쇄까지 채웠다"고 캐나다 교정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직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에게 이 같은 범죄자 대우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이고, 그의 인격을 모욕하는 처사"라며 "심지어 멍완저우는 지난 5월 갑상샘 수술까지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갑상샘 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고혈압 증세가 있고, 매일 같이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캐나다 교정당국은 현재까지 그에게 건강 상태 점검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아울러 "캐나다 당국은 이미 멍완저우를 체포하면서 중국사회를 놀라게 했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줬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이 같은 행위는 전 세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 1일 캐나다에 머물던 중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거래에서 이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스카이콤'이라는 유령 업체를 동원하고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만약 미 당국의 요청대로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멍 부회장은 다수의 금융기관에 대한 사기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