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미 증시의 변동성과 이 변동성에 대한 자신의 책임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이번 주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하게 자문을 맡은 고문들을 소집해 중국과의 회담이 증시 매도세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회담을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표현했지만, 증시는 하락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시장 변동성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투자자들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말하자마자 증시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를 체포했다는 소식은 주가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증시 조정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증시와 업적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회의할 때도 주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의 분당 움직임을 유의 깊게 지켜본다고 전했다.
한 가까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우지수의 하루 상승 폭이 세 자릿수를 기록할 때 매우 기뻐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에 거의 붙어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정책들을 칭송하며 12번 넘게 트위터를 통해 주가 상승에 대해 언급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가 증시를 끌어내리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이를 막기 위해 트위터로 계속해서 긍정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이번 주 초반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백악관은 과장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와 현실을 끼워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시장이 백악관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몇몇 투자자들은 경기침체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무역 전쟁뿐 아니라 다른 여러 이슈가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가 오를 때는 본인의 업적이라고 바로 발표를 하지만, 증시가 내릴 때는 항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탓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미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겪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파월 의장을 비판했다.
노무라 증권은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성과 없이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또 다른 증거"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련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