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지난 7일 투신 사망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쓴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재수 전 사령관의 법률 대리인인 임천영 변호사는 유족에 뜻에 따라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 전 사령관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 부대원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 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60평생 잘 살다 간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월호 유족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그는 전날 오후 2시 48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재수 유서 공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