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경인중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 투어 도중 '탈코르셋 대자보'를 훼손한 일과 관련해 숙대 총학생회 등이 진정한 사과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5일 두 학교에 따르면 경인중은 전날 숙명여대에 '학과 탐방 중 참여형 게시판의 댓글 작성에 대한 경인중 입장 및 사과문'을 보냈다.
경인중은 사과문에 "숙대 학생들의 참여형 게시판에 경인중 학생들이 비속어를 사용해 댓글을 쓴 것에 대해 숙대 재학생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남겼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경인중 학생 41명(남 24명·여 17명)은 숙대 학과 탐방을 하던 중 영신관 앞에 붙은 탈코르셋 관련 대자보에 '지X', '너도 못 생김' 등 비속어·비방 낙서를 남겼다.
경인중 측은 "'한국 남자를 죽인다', '관음하는 그 성별의 눈을 찌른다', '한국 남자 못생겼다' 등의 문구를 보고 일부 학생들이 해당 문구를 남긴 것"이라며 "이를 발견한 인솔자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즉시 문구를 삭제하도록 했지만, 일부 문구가 남은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내용이 밝혀지면 교칙에 따라 엄정히 처벌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숙대 총학생회 '리바운드'(RE:bound)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캠퍼스 투어 자원봉사자들은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경인중 측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인중의 사과문에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학생들이 대자보를 훼손할 때 인솔 교사들은 이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표현을 삭제 조치했다고 하는데 해당 대자보에는 남학생들의 훼손 자국이 총 여섯 군데 그대로 남아 있다"며 "남학생들의 자필 사과문과 인솔 교사의 사과를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답변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인중 측은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문제점은 경인중학교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학생들의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공문에서는 대자보의 일부 표현들을 열거해 (훼손이)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자보의 내용에 이의가 있는 그 어떤 이도 대자보를 훼손할 권리를 가지진 않는다"며 "공문 내용 중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을 수정하고, 남학생들의 자필 사과문과 성희롱 발언을 한 인솔 교사들의 사과문을 첨부해 오는 7일까지 다시 공문을 보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실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전화해 '어느 한쪽이 끝장을 보자'는 등 살해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측은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