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피아트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해 국내판매 적발

입력 2018-12-04 12:10
수입차 브랜드인 피아트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의 배출가스 수치가 조작된 채 국내에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이 2종 차량 2천400여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차량 수입사에 대해서는 3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3일 "FCA(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가 국내 수입·판매한 피아트사 2천㏄급 경유 차량인 지프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X 등 2종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차량은 2015년 3월∼2016년 7월 판매된 지프 레니게이드 1천610대와 2015년 4월∼2017년 6월 판매된 피아트 500X 818대로, 모두 2천428대에 달한다.

이 차량에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추는 등의 배출가스 조작 방식이 임의설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과 비슷한 방식이다. 실내 인증시험 조건에서는 EGR 가동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고 실외 주행 조건에서는 EGR 가동 중단 등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늘리는 것이다.

EGR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다시 유입해 연소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2010년부터 경유차에 장착됐다.

질소산화물은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 등으로, 기관지염과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배출량의 약 7%는 초미세먼지로 전환된다.

임의설정은 주행 조건에서 EGR의 성능이 저하되도록 의도적으로 관련 부품을 제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환경부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지프 레니게이드의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EGR 가동률 조작으로 주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 기준(0.08g/㎞)의 6.3∼8.5배를 초과 배출했다.

환경부는 지프 레니게이드와 같은 배출가스 제어 구조를 가진 피아트 500X도 배출가스 조작 임의설정을 한 것으로 판정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이 2종 차량 2천428대의 배출가스 인증을 이달 중으로 취소할 방침이다. 이 차량을 국내 수입·판매한 FCA코리아에 대해서는 결함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배출가스 인증이 취소된 차량 소유자는 별도의 불이익을 받지는 않지만, 차량의 결함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를 받아야 한다.

피아트사 2천㏄급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2015년 5월 독일 정부가 제기했다. 이듬해 6월 이탈리아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피아트사는 이탈리아 정부가 의혹을 부인한 직후인 2016년 8월부터 주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도록 지프 레니게이드 소프트웨어를 변경한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FCA코리아는 피아트사가 소프트웨어를 바꾼 지프 레니게이드 1천377대를 변경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올해 7월까지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무단 변경 이전 소프트웨어의 존재 확인 등이 필요해져 전체 조사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소프트웨어를 바꾼 지프 레니게이드 1천377대의 수입·판매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와 형사 고발을 할 예정이지만, 이 차량은 임의설정에는 해당하지 않아 인증 취소나 결함 시정 명령을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배출가스 조작과 소프트웨어 변경 인증 미이행에 해당하는 피아트사 차량을 합하면 모두 3천805대에 달한다. 환경부는 전체 과징금 규모를 약 32억원으로 예상한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지프 레니게이드와 같은 제어 구조를 가진 차종이 더 있는지 파악 중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은 유럽 배출가스 허용 기준인 '유로6'가 적용됐는데 환경부는 이보다 단계가 낮은 '유로5'에 해당하는 피아트사의 프리몬트와 지프 체로키도 조사하고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요소수 분사량 조작 의혹이 제기된 아우디와 벤츠 차량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조사에 착수했고 내년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