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권이 새로 만든 보안인증 시스템인 뱅크사인이 도입된지 불과 석 달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지문 인식이나 홍채인식에 비해 번거로운 탓에 이용자가 거의 없고 일부 은행은 도입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은행연합회를 주도로 한 은행권이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겠다며 내놓은 ‘뱅크사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한번 발급 받으면 3년 동안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겉으로는 장점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고 있습니다.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게 발급받아도 기존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 등에 비해 사용방식이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액을 송금해보니 은행 모바일뱅킹과 뱅크사인앱을 번갈아 실행해야 하고 암호발생기인 OTP도 필요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조차도 한 두번 클릭으로 가능한 점과 비교해보면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공인인증서와는 달리 은행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떨어지는데다 그나마도 일부 대출 업무는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뱅크사인의 발급 건수는 출시한 지 석 달 동안 총 6만여 건에 그쳤는데, 이는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자의 0.09%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합니다.
특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는 “번거롭고 조잡하다”, “속도가 너무 느리고 오류가 많다” 등의 혹평 속에 저조한 평점을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 만든 보안 인증시스템을 은행이 도입하기 꺼려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은행권 관계자
“도입 계획은 미정이고요. 저희 자체인증 있잖아요. 그게 편하기 때문에. 뱅크사인 채택 하고 말고는 은행들의 선택여부잖아요.”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신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공공기관이나 증권업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십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또 하나의 공인인증서나 다름없는 불편함 때문에 사실상 흥행에 참패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