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강해이' 논란에 임종석 "대통령께 면목 없고, 국민께 죄송"

입력 2018-11-26 13:40
수정 2018-11-26 14:25


임종석 비서실장은 오늘(26일)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이라며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저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라며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다.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이라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실장은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밉시다.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최근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전직원들을 향해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은 지난 23일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대통령으로 부터 직권 면직 처리됐습니다.

김 전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한양대 후배이며 임 의원 시절, 의원실 보좌관을 맡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 실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가 지난 6월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습니다.

임 실장의 최측근인 김 전 비서관의 일탈행위로 임 실장은 물론 청와대 전체가 야권으로 부터 '기강해이'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조현옥 인사수석을 태우고 이동 중이던 관용차가 청와대 앞에서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을 낸 바 있습니다.

또, 이달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서울 마포구 술집에서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려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김 비서관 사건이 일어난 23일 청와대 전체 비서관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세를 가다듬고 더욱 분발하자"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면서 "초범일지라도 처벌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부산에서 음주운전자에게 목숨을 잃은 윤창호씨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이슈가 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을 근절해야 한다고 경고한 겁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 경고 한달 만에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청와대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