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청색광)'는 눈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까. 블루라이트가 눈 세포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논문이 지난 7월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것을 계기로 미국, 일본 등의 학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들이 "(스마트폰, PC 등의) 화면이 당신의 안구세포를 죽이고 있다"는 등의 제목으로 관련 논문을 보도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미국 안과학회는 논문발표 다음달인 8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로 실명하지는 않는다"는 공식견해를 학회 사이트에 게재했다. 안과학회는 문제의 논문이 제시한 실험조건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 연구결과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안과학회의 견해가 일본 언론에 보도되자 일본 내에서도 "블루라이트는 안전한가, 위험한가"에 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전했다.
논쟁이 확산하자 일본 안과의사 등으로 구성된 '블루라이트연구회'는 지난달 "블루라이트의 영향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연구회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쓰보타 가즈오(坪田一男) 게이오(慶應)대 의대교수는 청색광이 각막과 망막 등 사람의 눈 조직이나 시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7월에 발표된 논문 외에도 동물실험이나 세포 수준에서 다양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런 연구결과를 바로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황반변성은 자외선이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청색광과 관련해서는 연구축적이 아직 충분하지 않고 임상에서 영향이 확인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PC작업을 하면 눈이 피로해지는 건 눈 깜빡임이 줄어 안구가 건조해 지는 드라이 아이의 영향이 크다. 쓰보타 교수에 따르면 눈이 건조해져 표면을 덮는 눈물층이 균일하지 않게 되면 파장이 짧은 청색광이 눈 표면에서 난반사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원인이 된다. 쓰보타 교수팀의 실험에서는 청색광을 차단하는 안경을 사용하면 PC작업을 할 때 눈의 피로가 덜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청색광의 영향이 확실히 밝혀진 분야도 있다. 노출되는 방식에 따라 인체의 체내시계를 흐트려 놓는 사실은 확인됐다. 미국 안과학회도 공식 견해에서 "인간의 체내시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증명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취침전에는 화면을 보는 시간을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일본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의 기타무라 신고(北村?吾) 수면·각성장애연구실장에 따르면 사람의 체내시계는 평균 24시간10분 전후로 실제 24시간과 약간 차이가 난다. 이 리듬을 하루의 길이와 맞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빛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빛을 쐬면 체내시계가 리세트된다. 태양광에도 청색광이 들어있으며 이 리세팅에 크게 관여한다.
사람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2종류의 시(視)세포가 있어 명암과 색을 감지하는 사실이 전부터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근 청색광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만을 잘 감지하는 '제3의 시세포'가 발견됐다. 이 시세포가 청색광을 감지하면 졸음이 오게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 멜라토닌은 원래대로라면 잠자기 2시간 정도 전부터 재분비가 시작되지만 상시적으로 청색광에 노출되면 밤에도 분비가 억제돼 체내시계가 흐트러진다.
기타무라 실장은 "아침에 받는 빛은 적극적으로 쬐는 게 좋지만 일몰 이후에는 청색광을 쬐면 체내시계가 늦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소규모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도 있다. 건강한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미국 연구팀이 LED를 사용하는 전자단말기와 종이 책을 소등 전에 각각 4시간, 5시간 씩 읽게 한 후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LED 단말기 쪽의 체내시계가 평균 1.5시간 야간형으로 옮겨가 졸음을 느끼기 어렵게 됐고 잠드는 시간도 오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PC나 스마트폰, TV, LED 조명에서 완전히 단절할 수 었는 환경에 살고 있다. 기타무라 실장은 "밤에는 따뜻한 색 계통의 조명을 사용하고 스마트폰 조명을 되도록 어둡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