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만 보면 왠지 배가 아파"
국내에서 모빌리티 기업의 대표주자는 카카오T 입니다.
카카오내비를 근간으로 택시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 택시, 대리, 주차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배가 아픈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SK텔레콤입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은 티맵이라는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을 쥐락펴락 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분석까지 더해진 실시간 교통정보 기반의 SK텔레콤의 티맵은 차량용 내비게이션 제조사들을 줄줄이 문닫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강했습니다.
그러던 중 록앤올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앱기반 내비게이션 '김기사'가 등장했고, 카카오가 이들을 인수해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이 추가되자 SK텔레콤은 뒤쳐졌습니다.
SK텔레콤은 록앤올의 '김기사'가 자신들의 맵을 도용했다며 이른바 짝퉁 티맵(?)을 주장하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고, 계열사인 SK플래닛을 통해 티맵택시를 런칭해 카카오 택시와 경쟁을 벌였지만 사실상 완패했습니다.
티맵택시 리뉴얼하고 모빌리티 시장 재도전
3년 간 큰 움직임이 없던 SK텔레콤이 지난 6월말 '티맵택시' 리뉴얼 버전을 내놨습니다. 한달 이상 테스트를 거치고 이제 본격 드라이브를 걸 모양샙니다.
SK플래닛이 주도하던 티맵택시 사업도 SK텔레콤의 TTS(Total Transportation Service)사업 유닛으로 옮겼습니다.
목표도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10월말 기준으로 월 10만명 수준인 티맵택시 월간 사용자를 연말까지 100만명으로 끌어 올리고 2020년에 500만명에 이르게 하겠다는 겁니다.
월간 사용자란 한달에 한번이라도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사람을 집계한 수치로, 카카오T의 월간 사용자(실질 이용자)는 약 580만명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불과 2년여 안에 카카오를 따라잡겠다는 것으로, 너무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질문에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상무)은 "SK텔레콤 가입자 중 T멥머십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는데 이중 한달에 한번이라도 멤버십을 사용하는 실질 사용자가 900만명에 이른다"며 "이 중 10%만 연말 목표치로 잡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혁신보다 마케팅‥이용자 '10% 할인' 택시기사 '콜잡이 무상제공'
티맵택시의 대대적 리뉴얼이라는 표현에 비하면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는 카카오T 택시와 비교해 별로 새로울 건 없어 보입니다. 이른바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깁니다.
'안심귀가 라이브'라는 서비스를 추가해 실시간으로 택시를 호출해 목적지로 가는 상황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택시를 호출할 때 도착시간과 예상금액이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또 택시 호출시 과거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배차하던 알고리즘을 거리는 멀어도 교통상황이나 신호체계를 고려한 최단시간 기준으로 바꿨다는 정도입니다.
카카오T 택시의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단거리 이용자들에 대한 승차거부나 호출이 집중되는 지역이나 시간대의 이용불가 등에 대한 특별한 해결방안은 없습니다.
다만 AI기반의 호출 서비스를 차후 도입할 것이라는 계획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소비자에게는 요금 할인 프로모션과 택시기사에게는 '콜(call)잡이'라는 핸들 부착형 버튼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카카오T에 대응하기 위한 이들의 무기인 것 같습니다.
T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앱결제(11pay)를 사용하면 10% 요금 할인(월 5회, 회당 최대 5,000원)을 제공하고 특정일에 택시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가 제공됩니다.
택시 기사들에게는 연말까지 3만대의 '콜잡이'를 무상 제공 제공하는데, 블루투스로 스마프폰에 연결하는 핸들 부착형 버튼의 일종입니다.
운전 중 고객 호출에 응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만져야하는 상황이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빨리 호출을 잡고자 하는 택시기사들의 요구를 고려한 것입니다.
SK텔레콤이 고객에게는 택시요금 지원을, 택시기사에게는 티맵택시 사용을 편하게 해주는 주변기기를 공짜로 주는 이른바 경품을 지급을 들고 나온 셈입니다.
공유경제는 승자독식‥SK텔레콤 뜻대로 될까?
SK텔레콤이 그 동안 제대로 칼한번 휘두르지 않은 시장에서 일단 칼을 뽑아들 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있습니다.
어떤 시장이든 경쟁이 시작되면 서비스의 질은 좋아집니다.
혁신이 빠진 경쟁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마케팅 비를 쏟아붓는 경쟁이더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요금할인이나 택시기사에 대한 지원이 효과를 발휘하면 아마도 카카오T도 가만있진 않을 겁니다.
다만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지금껏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 왔습니다.
한번 사장을 독점하지 못하면 후발 주자들이 이 틀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얘깁니다.
카쉐어링의 우버가 그렇고 숙박공유 시장의 에어비앤비가 이를 증명했습니다.
SK텔레콤의 믿는 구석은 3000만명을 넘는 이동통신가입자일 겁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티맵택시의 프로모션도 T멤버십 가입자에 한정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가입자도 4300만명에 이릅니다.
SK텔레콤과 뽑아든 칼에 카카오T가 어떻게 대응할지, 이들의 리턴매치가 일단 가격 경쟁(프로모션)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혁신적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