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위기의 진원지를 살펴보는 ‘대한민국, 문제는 경제다’ 시리즈를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내외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주력 산업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송민화 기자가 각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살펴봤습니다.
<송민화 기자>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받아든 올 3분기 성적표는 참담하기만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6%나 떨어졌습니다.
기아차는 1,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치인 3천억 원에 한 참 못 미치는 결과였습니다.
이에 더해 쌍용차는 3분기 2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한국 지엠과 르노삼성도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데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원화 강세 등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인데 극심한 내수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산업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할 지경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영업 손실이 1,273억 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분기 1,005억 원보다 적자 폭을 키웠고 4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습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289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조선 업만 놓고 보면 전 분기 영업 손실 1,440억에서 이번 분기 3,046억 원으로 손실 폭을 키웠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유일하게 ‘흑자’가 예상되지만 그 폭은 전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동안 우리경제와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는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지만 역시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매출 증가세와 함께 자사 영업이익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3조6천5백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에 세웠던 최고 기록, 11조 6천 백억 원보다 2조 원 넘게 더 벌어들였고.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6조4천7백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 경영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D램 고정가격이 2년 반 만에 최대치로 떨어지면서 업계는 이미 4분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을 예고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주력산업 전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
<앵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모습인데요.
자세한 얘기 산업팀 임동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0월말 PC용 D램(DDR4 8Gb) 평균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74% 하락했는데요.
해당 제품의 가격이 내려간 건 2016년 6월 말 이후 처음입니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0%와 80%에 달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낸드플래시(128Gb 16Gx8MLC) 가격도 두 달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어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는 반도체 시황 둔화 영향으로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1분기에도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약세가 전망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내년 2분기 이후 메모리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선박,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기업들은 위태로운 모습인데요.
이 같은 현상은 수출에서도 나타나고 있죠?
<기자>
오늘 발표된 지난 달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전체로 봤을 때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6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0월까지의 누적 수출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기계 부문 성적이 좋았는데요.
하지만 선박 분야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습니다.
휴대폰은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디스플레이는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10월 수출은 반등했지만 3분기 승용차 수출액은 8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6% 줄었습니다. 4분기째 내리막길 입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란 점인데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외 요인과 내수 부진 등 대내 요인은 우리 기업들에게 먹구름입니다.
<앵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기업들 내부에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노조와의 갈등에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요.
<기자>
사실 노사갈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만큼 노조들도 한 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배성재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겠습니다.
<배성재 기자>
3분기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 40억원이라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현대자동차.
이럼에도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반발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란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시(市)가 근로자의 생활을 위한 복지·후생 비용을 대는 일자리 창출 사업입니다.
지자체와 기업이 합심해 고용을 창출하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평가받는데, 현대차 노조는 이를 임금을 낮추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규정합니다.
<31일 현대차 노조 집회>
"우리 현대자동차가 앞장서서 광주형 일자리를 막는 것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의 하향 평준화, 지역별 임금격차를 두겠다는 음모를 저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다보니 근로조건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점차 이익집단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과 노조의 자기 이익에 관련에 부분이 서로 충돌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노조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그런 부분은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조 단위의 적자에 허덕이던 조선업계의 노조도 사측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강성 성향인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협력업체와 연대해 추가 구조조정에 반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3분기 조선 부문 영업손실은 3천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비해 2배 가량 커졌지만,
욕설이 오가는 파국 끝에 중단됐다 이번달에야 다시 열리는 노사 임단협은 올해 내 타결이 힘들다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을 정비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결국 전반적인 우리나라 제조업의 상황은 생산성과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하는 임금체계가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근로자와 회사 그리고 정부 모두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통해서 접점을 찾아가야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기업과 노조는 운명 공동체임을 깨닫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자세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할 뿐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앵커>
기업들이 가뜩이나 대내외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만큼 정부가 조금 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정부가 고용 확대를 외치고 있는 만큼 규제들도 완화 되고 있나요?
<기자>
경제 위기에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전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은 정쟁에 빠진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고, 정부도 땜질식 처방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투자를 장려해줘야 하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신동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동호 기자>
정부의 기업에 대한 엇갈린 정책 방향에 따른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지표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번 정부가 출범 때부터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에 뒀지만 현재 상황은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지난 9월 국내 실업자수는 102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업인구 또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안간힘을 쓰지만 안쓰럽게도 고용지표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의 키를 돌려야 하지만 여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문제에 구조적 원인이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이규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그 일자리가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일자리는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라는 인식 바탕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투자를 하게끔 독려하고 환경 만들어주고 경제활성화 되고 그러면 일자리 생기고 소비가 생기고 그럼 전체적으로 경제가 선순환된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이뤄지기 위해선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는 기업들의 규제를 풀어주기보단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법인세율 증가와 투자세액 공제 축소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정부 들어 법인세율이 25%로 상향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7번째로 높은 국가가 됐고 이는 평균 법인세율 21.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보다는 얽혀있는 국내 문제를 풀어가는데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이 아쉽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관계자
"솔직히 너무한 측면이 있죠. 이번 정부가 혁신성장을 기조로 뒀는데 오히려 옥죄는 분위기를 있고.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 투자부분도 그렇고. 좀 적극적으로 투자가 돼야 우리도 고용을 하고 그럴텐데..반대로 가는게 아닌가 아쉽죠"
여기에 4차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지만 신성장 사업 육성에 필요한 규제 장애물이 여전하고 이에 따른 투자 계획이 실제 집행되기 어려우며 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기에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법안 개정으로 규제를 풀어야 할 국회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 샌드박스 3법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네거티브 규제를 골자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며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2%대 잠재성장률 추락이 가시화 되고 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기업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동호입니다.
<앵커>
정부는 아직도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 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현실과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다른 것 같습니다.
임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