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경제 예측가능성' 컨퍼런스'
-"한국경제 구조적·장기 하향세…근본대책 시급”
-“성장·분배 투트랙 필요…규제 풀고 신산업 육성"
-"현행 최저임금 변동성 예측 힘들어…산식 도입 필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우리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구조적 하향세’의 문제를 ‘일시적 경기하락’의 문제로 혼동하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와 함께 분배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분배정책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려는 경우 양자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과 분배를 위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오전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우리경제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하향세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현안 진단과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에게 11월은 내년도 사업 준비를 위해 경제 예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라며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내수침체와 정책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경영시계는 흐릿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이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 현상들이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경기 싸이클과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인지 구별해 보는 중장기 추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 대응에 대해 박용만 회장은 “정책의 단기적인 결과도 있겠지만 우리가 만들어 온 정책의 결과가 중장기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중장기 예측이 가능하다고 할 때 ‘지금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해서도 좀더 분명한 판단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 장기 하향세…단기하락과 구분해 대응"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한국경제의 장기 추세 진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세계 71개국 중 한국은 1965년부터 2015년까지 50년간 꾸준히 3.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룬 7개 국가 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그 성장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 대표는 이어 “잠재성장률 역시 2%대까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미흡한데다가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최원식 대표는 중장기 하향세를 반전시킬 물꼬로는 ‘4차 산업혁명’을 꼽으며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민관 협력 모델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패널토론을 통해 “자본축적에 따라 한계생산이 체감해 왔고,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큰 흐름 속에서 경기가 출렁이면 장기적 성장률 하락과 일시적 성장률 하락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 경제 환경의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안상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패널토론에서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에서 낙수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구분해 총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장·분배 투트랙 필요 …규제 풀고 직접적 분배정책 펴야”
전문가들은 성장과 분배정책 간 모호성을 극복하고 명확한 투트랙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제정책 기조와 한국경제 전망’ 발표를 통해 “현재의 한국경제는 성장여력 감소와 소득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분배개선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분배정책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려는 경우 양자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정책을 혼용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성장정책과 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장의 경우 “규제완화를 통한 신산업과 서비스산업 발전이 잠재성장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디테일을 정해주기 보다는 혁신환경 조성을 통해 시장자율로 혁신이 일어나게 하고, OECD 최하위권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을 높여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소영 교수는 분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분배가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목표수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먼저”라며 “방법론에 있어서는 시장에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정도의 직접적인 분배정책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성호 대한상의 SGI 신성장연구실장은 “한국경제가 지속성장하려면 R&D·ICT·브랜드·서비스혁신 등 무형자본에 대한 투자가 늘어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돼야 하는데, 무형투자자가 가장 기피하는 규제와 불확실성이 한국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어 경제체질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실장은 또한 “무형자본 투자는 노동집약적인 동시에 조직혁신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동비용과 경직성이 증가하면 자동화설비 투자는 증가하지만 무형투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시장에 개입해 분배개선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지양하고, 사회안전망 등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 “현행 최저임금 변동성 예측 어려워…산식 도입해야"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을 산식(formula)을 활용해 산출되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비용변동요인의 예측·수용가능성’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투자를 위해서는 미래 수입과 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전체근로자 임금인상률(3.8%)의 4배를 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지만 교수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노사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이런 기준보다는 노사협상 또는 정책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단적인 예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비중은 고작 20% 수준으로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노사갈등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법에 명기된 4가지 기준은 노사협의 시 고려사항일 뿐 지표산출과 반영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써 지표 항목을 재정립하고 지표별 산식을 명확하게 하는 등 최근 대한상의가 제안한 방식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