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월 31일 저희 방송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가치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인터뷰를 방송했었죠. 다른 비관론자들과는 달리 10년 전과 같은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오기 힘들고,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팔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하워드 막스를 직접 인터뷰했던 기자와 함께 세계와 우리 경제에 불거지고 있는 위기론과 투자심리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죠. 증권부 신인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 기자. 일단 하워드 막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가치투자자라고 말씀은 드렸는데 조금 더 자세히, 어떤 인물인지 설명을 하고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기자>
하워드 막스는 자산운용규모 1,240억달러, 우리돈 140조원을 운용하는 오크트리캐피털의 설립자이자 회장입니다. 단순히 운용 자산이 많다고 유명한 게 아니고요. 이 사람을 유명하게 만든 건 투자 메모입니다. 고객들에게 메모 형식으로 고객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시장의 향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또 메모대로 세계 경제가 돌아가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10년 전, 그러니까 리만브라더스 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하워드 막스의 고객들이 앞서서 받은 투자 메모를 토대로 위험을 피해가면서 명성이 더 높아졌고요. 워렌 버핏은 "내 메일함에 하워드 막스가 보낸 것이 있으면 나는 그것을 가장 먼저 읽는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신뢰받는,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때도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다, 이렇게 이벤트를 족집게 예언가처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금리의 흐름과 같은 지표를 보고 이제는 위기가 한 번 올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렇게 분석한 거죠.
하워드 막스가 전에 냈던 책이 있는데요. 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인데,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되자 당시 우리나라 국민연금 CIO가 번역을 자처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받는, 그 사람의 생각을 가장 먼저 접하고 싶은 그런 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이라는 책을 내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국내 증시는 굉장히 많이 떨어졌었고요. 세계 경제 위기론에 한국경제는 더 위험하다, 이런 시각들이 나왔었는데 일단 인터뷰대로라면 세계에서 가장 금융 사이클을 잘 읽는다는 사람이 10년 전과 같은 위기가 곧 재현될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터뷰 역시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드리운 위기 요소를 어떻게 보느냐로 시작해서 한 시간 넘게 진행됐는데요. 사실 지난 9월부터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9개월만에 순유출로 전환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었는데요. 하워드 막스 회장은 여기에 대해서 한국의 신용도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서, 혹은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고 봐서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즉 외국인들이 한국이 위험하다고 보고 돈을 회수한 것이 아니다. 라는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실제 인터뷰 영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인터뷰>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사실 한국은 이제 이미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기 힘들기 때문에 '이머징'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이머징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많은 역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던 것 같습니다. 인공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몰리다보니 전세계적으로 채권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는데, 그러다 심리가 위축되면서 채권시장 유출이 실현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기저에 깔린 신용도를 반영한 유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근본적인 변화인가, 아니면 심리에 의한 변화인가, 둘의 구분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앵커>
신용이나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생각을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인터뷰일이 지난 10월 29일이었는데 하워드 막스 회장은 한국 증시가 연간 고점 대비 20% 하락한 것은 심리적인 과잉반응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진단을 했죠.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 심리를 너무 많이 위축시켰다는 겁니다. 지난 리포트를 통해 보도를 했습니다만 지금은 긍정적인 시기를 거쳐 조금 덜 긍정적인 시기로 가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 하워드 막스의 분석이었습니다. 경기는 오르면 내리는, 진자 현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급격한 위기는 급등 뒤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년을 금융사이클 상 급등 기간, 붐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었죠.
주식 시장에 자주 회자되는 10년 위기설, 10년 주기설이 있습니다. 10년마다 금융 시장에 큰 위기가 한 번씩 온다는 얘기죠. 그런데 10년마다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은 그 10년동안 경기가 회복되어 왔다는 것이거든요. 경제가 계속해서 회복할 수는 없으니까 어느정도는 맞아왔습니다. 그런데 하워드 막스는 이번에는 미국 경제에 대해 회복기가 10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회복기가 끝나더라도, 그러니까 둔화세를 보이더라도 급격한 위기가 올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심리 위축에 따른 과잉이다. 가치투자자라면 이 때 담아야 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기자>
실제로 하워드 막스가 역발상 투자의 달인으로 불립니다. 떨어질 때 먼저 사고, 오를때 먼저 파는 건데요. 하워드 막스 회장은 대담 자리에서 "한국 시장을 봤었을 때 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여건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보다 심리가 더 크게 위축되고 자산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다면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행간을 잘 읽어보면 무조건 떨어졌으니 사라는 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요는 지금의 심리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잉으로 위축됐다면, 그러니까 심리가 펀더멘털에 역행한다면 그 때 기회가 있다는 입장이고, 자신이 봤을 때 지금 한국 증시가 그런 때라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 투자 심리가 언제 회복된다고 보는, 그런 시각은 나왔습니까?
<기자>
아직 한국의 투자 심리를 봤을 때는, 그러니까 외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부자의 시선으로 볼때는 위축된 심리가 단기간에 풀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 경향이 높다. 라고 말하는게 사실에 더 부합할 것 같습니다. 최근 정부의 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너무 성급하게 소득주도 성장이라든지, 혹은 대외 여건 개선에 집중하면서 내실 다지기는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시각이 팽배해 있고요. 최근 남북 경협 관련해서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을 받을 수 있다는 풍문에 대해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서 부정을 해야 할 만큼 시장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이거든요.
공매도 폐지라든지 하는 여론들도 그 밑바탕을 보면 결국 현재의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투자심리 개선은 사실 단순한 증시 부양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큰 틀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경제정책들을 다시 쌓아가면서, 재점검하면서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하워드 막스라는 사람은 세계에서 시장을 가장 잘 읽는 인물로 유명하지만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야한다, 팔아야 한다, 이런 식의 분석을 하지 않습니다. 대담 자리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이벤트를 예측하고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시장을 공부하고 경향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 대가의 일관적인 메시지였습니다.
<앵커>
요약하면 그동안의 금융 사이클을 분석했을 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위기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가치투자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한국 경제,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과잉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역발상 투자의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이겠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신인규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