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평양 땅 밟을까…"文대통령 만남서 판단할 듯"

입력 2018-10-09 19:4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고 9일(현지시간) 청와대가 밝힌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일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황청은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고, 교황의 바쁜 스케줄을 고려할 때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교황청 외교가의 전반적인 예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에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화해에 워낙 큰 관심과 지지를 표명해 온 것에 비춰볼 때 교황이 평양 방문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교황청의 한 외교 관계자는 "교황이 개별 나라를 방문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크게 평화와 선교"라며 "교황이 북한 방문이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초청에 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별 나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이에 다 응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교황이 북핵 위기와 한반도의 대화 국면에서 고비 고비마다 지지 성명을 아끼지 않는 등 한반도 평화에 보인 관심을 생각하면 평양에 가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갈등을 중재하고, 전 세계 평화를 촉구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관된 행보도 교황의 평양 방문 성사 쪽에 무게를 싣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 협정 타결 등에 상당한 막후 역할을 하는 등 적대국 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세력 간의 관계 정상화와 화해에 상당히 기여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교황의 이런 행보를 익히 알고 있는 까닭에, 이번에 문 대통령을 통해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교황청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교황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할 여건이 갖춰져 있는 데에 주목했다.

교황이 최근 "내년에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힌 터라, 교황청 외교가에서는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교황은 해외 순방 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여러 나라를 묶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터라, 내년에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북한도 함께 들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교황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을 방문할 만한 여건은 이미 조성돼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교황의 의지"라며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내주 만남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뒤 결국 스스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교황이 만약 평양 땅을 밟는다면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된다.

교황청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시절인 1980년대 말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공식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최근에도 가톨릭 구호단체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등 북한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