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한 伊배우, "성관계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다"?

입력 2018-10-01 20:21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고발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불을 지폈으나, 이후 미성년자인 미국 영화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이탈리아 배우 겸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43)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배우 지미 베넷(23)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아르젠토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TV채널 'La 7'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넷과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넷이 지난 주 이 프로그램에 나와 나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화가 나는 한편으로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며 베넷이 협박과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넷은 지난 주말 La 7에 출연해 사건 당일에 아르젠토가 자신에게 먼저 키스를 시작하고, 침대로 몰아간 뒤 옷을 벗겼다며,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아르젠토가 5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호텔에서 당시 미성년자이던 베넷을 성폭행하고, 그에게 '입막음' 조로 38만 달러(약 4억 원)를 주고 이 일을 무마하려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두 사람은 베넷이 9살이던 2004년에 영화 '이유 있는 반항'(The Heart Is Deceitful Above All Things)에서 모자지간으로 출연한 사이다. 아르젠토는 이 영화의 감독과 주연 배우를 맡았다.

아르젠토는 이날 방송에서 성관계가 있던 날 오디션 준비를 도와달라는 베넷의 요청에 그를 만났다며 "그는 문자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었다"고 말해, 그의 주도로 성관계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날 베넷은 나에게 키스를 하고 만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를 단순한 아들로만 생각해 왔으나, 그날 그는 펄펄 끓는 호르몬을 지닌 소년으로서 내게 접근한 것"이라며 자신은 이런 일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가질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아르젠토는 이어 "그는 내게 12살 때부터 나와 자는 것을 꿈꿔왔다고 말했다"며 "나는 그에게 단순한 사냥감이었을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영화 촬영 후 10년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당시 미성년자인 것을 몰랐다"고 덧붙였다.

아르젠토는 또 그날 이후 베넷이 자신에게 나체 사진이나 자위행위를 담은 영상 등 은밀한 사진을 보내 괴롭히기 시작했다며, 그를 자신에게 집착하는 '흥분한 젊은 청년'이라고 규정했다.

당초 베넷에게 돈을 준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은 부인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추악한 폭로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르젠토는 베넷이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직후 자신과의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350만 달러를 요구했고, 당시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스타 셰프 앤서니 부르댕은 이 문제를 내밀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며 25만 달러를 그에게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부르댕은 그러나 지난 6월 프랑스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고, 큰 충격을 받은 아르젠토는 베넷에게 더 이상의 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탈리아 호러영화 거장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딸인 그는 지난해 10월 잡지 뉴요커를 통해 21세 때 와인스틴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불을 댕긴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