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위기산업…'철옹성' 카풀 규제

입력 2018-09-21 17:19
<앵커>

국내에서 플랫폼을 통해 차를 빌려쓰는 카셰어링 분야는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버처럼 운전자와 승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개인 운전자들이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걸 불법으로 규정한 국내 법 체계 때문인데요.

해외 기업들이 수십조 규모로 성장 하고 있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규제 탓에 모두 고사하고 있습니다.

정재홍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스탠딩> 정재홍 / 기자

"전세계 카풀업체들은 적극적인 규제완화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은 그 성장이 더딥니다.

제가 카풀을 이용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기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직장인 김 씨는 카풀업체 풀러스를 통해 승차 공유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습니다.

출근 시간을 이용해 차량유지비를 벌 수 있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꽉 막힌 규제를 넘지 못해 시장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길래 / 카풀 운전사

"최근에 풀러스 사태 등 택시업계 반발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이번에 차량공유 경제가 시작이 안되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5년 혹은 10년동안은 차량공유경제가 재기할 기회가 없다고 대부분 이용자가 생각하고 있다."

실제 카풀업체 풀러스는 가입자를 80만명 가까이 모았지만 24시간 운행을 불법으로 본 규제 당국의 수사를 받으면서 대표이사까지 사임했고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출퇴근시간을 제외하고는 승차 공유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현행 여객운송사업법에 발목이 잡힌 겁니다.

여기에 한국형 우버를 꿈꾸던 '차차'까지 국토부로부터 불법 판단을 받으면서 사실상 카풀은 스타트업의 무덤이 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환 /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규제 자체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몇개만 두고 다 푼다든지 이렇게 해야 새로은 비즈니스가 싹틀 수 있다. 예전 담론적인 수준의 규제를 갖고 헤쳐나가려 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싹틀 수 없다."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도 조만간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을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택시업계는 현재 예외조항이던 '출퇴근시간'마저 법에서 삭제하자고 주장하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내 차량 공유 산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해외 기업들은 영역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현대차의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규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정부가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한상진 / 카풀 스타트업 '어디고' 대표

"토종 스타트업으로서 해외 서비스와의 경쟁 등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고민했을 때 과연 현 정부가 그부분에 대해서 강한 규제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풀려갈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부터 4차 산업혁명위를 중심으로 규제완화 분위기가 이어지며 운전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규제는 여전히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