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테크 최대 화두 ‘글로벌 종목투자’…인기 지속될까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9-17 09:29
수정 2018-09-17 09:33
국내종목 투자 대비 수익률 3배…전 세계 기업에 투자하라


올 들어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GBK(Global BroKerage), 즉 글로벌 종목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투자액도 급증한 점이다. GBK란 국내 종목투자, 즉 BK(BroKerage)에서 벗어나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투자 대상국과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년말대비 올해 9월 중순까지 GBK의 평균 수익률은 BK보다 3배나 높다. 특히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와 같은 미국 기업에 투자했다면 국내 대기업에 투자했던 것보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테크 수단별로도 GBK의 수익률이 단연 높다.

◇ GBK 수익률 3배 높아...미국 기업 투자했다면 5배

여름 휴가철 이후에도 GBK 여건은 좋다.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은 해외기관일수록 안 좋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진단과 예측지표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국제협력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를 보면 한국의 경우 1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 때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의미한다.



대내외 변수도 녹록치 않다. 대외적으로 보호주의 물결이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금융위기 재연 조짐도 감지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는 신흥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도 북한 석탄 수입 문제로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정책도 우호적이지 않다. 가계부채 부담이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됐다.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높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기치 못한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미국, 유럽, 인도, 베트남은 성장세

예측기관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내려 잡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 발표한 대내외 예측기관의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평균 2.8%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할 경우 2.5%까지 내려잡는 비관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3.5%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2.5% 내외로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하반기에도 최소한 상반기 수준인 3.9% 내외가 유지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의 주식투자 접근도가 높은 미국, 유럽, 인도, 베트남 등의 성장세가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중국 성장률도 목표 하단선인 6.5%는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환율도 글로벌 종목투자에 유리한 여건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2015년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인상 이후 예상과 달리 달러 강세가 되지 않았던 것은 1995년 역(逆)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됐던 루빈 독트린(강달러 정책)에 따라 확대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급선회됐던 달러 약세 정책요인이 더컸기 때문이다.

특정국이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입 구조가 '마샬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J'커브 효과가 무역적자가 오히려 확대된다. 미국이 그렇다.

J커브 효과란 특정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될 경우 수출입 가격변화는 즉시 일어나나 물량이 변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된다는 이론이다. 출범 2년차 들어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강세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 면에서도 GBK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글로벌화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각국 간 다른 제도와 규범 등을 통일시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 토대 위해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기업과 금융사가 해외로 진출한다. 투자 대상이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을 목표로 하는 주식 투자자도 따라가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BK는 환율, 세제, 정보 취득 등에서 BK보다 어렵다. 한국처럼 GBK의 초기 단계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할 투자 여건에서 주식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자본주의 본질에 충실하는 길이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가장 잘 반영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주식을 공급하는 주체는 우량과 비우량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진다. 주식을 사들이는 주체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런 여건에서 최상의 GBK 시나리오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우량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한 마디로 ‘각국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다.

◇ 각 국가의 삼성전자를 매수하자

기업은 새롭게 형성되는 여건에 맞춰 항상 새로운 상품을 찾는다. 그 중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알파 라이징 기업’이다. ‘알파 라이징 기업’이란 현존하는 기업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간 4차 산업혁명 종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속 가능한 시겔형 기업의 주식도 주목해야 한다. 시겔형 주식이란 그때그때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10년 후에 돈이 되고 20년 후에 노후 대비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기업주식을 말한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과 생존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추세다.

GBK로 투자종목을 선택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부자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수단을 선택하면 루비콘 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은 우리 투자자들은 가슴깊이 새겨둬야 할 덕목이다.

지금은 리스크 시대다. 1997년 케네스 갈브레이스가 ‘불확실성 시대’에 들어갔다고 진단한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미국 버클리대의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들어갔다 할 만큼 투자환경은 더 복합해 졌다. 이 때문에 리스크가 적을 때 많이 올라가는 종목보다 리스크가 높아질 때 덜 떨어지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