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사이트를 만들어 암호 화폐 거래자들의 정보를 훔친 뒤 이를 토대로 약 9억 원어치의 암호 화폐를 빼돌린 일당이 한미 공조수사로 붙잡혔다.
암호 화폐를 대상으로 한 피싱 범죄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3일 이런 방식으로 암호 화폐를 가로챈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 등)로 사이트 운영자 A(33)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 의뢰로 추적이 어려운 해외 호스팅 업체를 이용해 피싱사이트를 제작하는 등 범행을 도운 프로그래머 B(42)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서버를 이용해 지난해 7월 정식 암호 화폐 이관 사이트를 모방한 피싱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거래소 사이트에서 대량 암호 화폐를 보유한 회원 중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거래가 가능한 회원을 골라냈다.
이들은 이처럼 거래인증 요건이 비교적 허술한 회원들에게 '보유 암호 화폐를 특정 사이트로 이관하지 않으면, 향후 암호 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이메일을 보내 자신들이 만든 피싱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암호 화폐 이관에 필요한 정보를 탈취했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7∼8월 피해자 47명(한국인 17명·일본인 30명)으로부터 약 200만 리플(단위 XRP)을 자신들의 계정으로 무단 이관한 뒤 비트코인 같은 다른 암호 화폐로 믹싱(세탁)해 현금 약 4억 원을 인출해갔다.
또한 첫 범행 당시 약 200원 수준이던 1리플(XRP) 값이 약 4천 원까지 뛰어오르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14명(한국인·일본인 각 7명)으로부터 약 39만 리플(XRP)을 가로채 약 5억 원의 현금을 인출했다.
A씨는 2014년 개설된 국내 첫 리플 거래소 운영자로, 이듬해 암호 화폐 해킹 피해를 신고했으나 해커 추적에 실패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추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한때 일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자신이 통역을 맡게 된 리플 일본거래소 운영자인 일본인 C씨를 알게 된 뒤 공동 범행을 모의해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
C씨는 A씨에게 일본거래소 회원의 자료를 제공하고, 빼돌린 리플을 세탁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검찰은 C씨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했다.
A씨는 범죄 수익 대부분을 생활비 등으로 써버려 암호 화폐나 현금 잔고가 전무한 상태다.
그 밖의 피고인 재산에 대해서는 이번 범행이 현행 범죄수익환수법상 몰수, 추징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환수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