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좌충우돌'로 폄하되었던 그의 결정은 이제 전열을 갖추면서 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터키를 제압하기 위한 '양동작전'이 가시화 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세계질서를 관리하는 방식은 '무력과 경제' 두 가지다.
트럼프의 모델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는 '람보'로 대표되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대국의 기선을 제압한 뒤 핵우산의 보호 아래 부쩍 성장한 서독과 일본 등으로부터 경제적인 양보(플라자합의)를 받아냈다.
이젠 트럼프도 그 길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980년대와 달리 '무력'은 더 이상 '절대우위'가 아니라 '비교우위'에 불과하다. 핵전쟁이나 사이버전쟁을 통한 정면충돌은 양측의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력시위나 국지전 같은 겁주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는 얘기가 다르다. 최종병기 '달러'가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을 따라잡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 될 조짐을 보이자 '달러 세계'를 만들었다.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의 일방적인 - 영국의 케인즈가 대표로 참여해 미국의 독주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도로 형성됐다.
예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도 달러 체제는 여전하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정도 쌍둥이 적자를 보면서도 '1위 통화'의 자리를 지킨 경우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터키 리라, 인도 루피, 러시아화 루블, 아르헨티나 페소가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경기 펀더멘털로 미국을 능가할 국가가 없다는 점이 달러화 강세로 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은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국제자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 국가에서 이탈할 경우 브릭스 국가들의 통화는 상당기간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 자체로 개선할 수 없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운용과 강달러를 유지하는 방법까지 찾아냈고, 트럼프는 이를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최종병기 '달러'는 이번에도 미국의 비밀병기인 것이다.
(달러 인덱스 월봉 / 차트 : 인베스팅 닷컴)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끝자락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기계군단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를 위기에 몰아넣은 스미스 요원(휴고 위빙)과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데, 스미스 요원은 네오와의 결투 과정에서 이렇게 외친다.
"This is my world, my world~!!!(여긴 내 세상이라고, 내 세상)"
비록 영화에서는 네오가 스미스에게 승리하면서 매트릭스를 지키는 대신 인류를 구원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2018년 8월 여전히 세계는 미국의 세계, 달러의 세계라는 점을 재확인 되고 있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질서가 흔들리고 있고, 머지않아 패권의 주인공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도 "This is my world, my world~!!!"이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