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계 악화로 리라화 폭락 사태를 맞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은 한쪽으로는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략적 동반자의 발 앞에 총을 발사했다"며 미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속한 미국은 전략적 동반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라며 "그런 행동이 가당하기나 하나?"라고 다그쳤다.
또한 최근의 리라화 폭락 사태를 '경제 포위', '터키 공격'이라 부르며 미국을 성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가라앉거나 끝나거나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면서 "터키 경제 흐름은 견조하고 튼튼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경제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법 당국이 '투기꾼'을 엄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이날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터키 내무부가 이달 7일 환율 폭등을 '조장'한 소셜미디어 계정 346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도 '경제 안보' 위해사범 수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으며, 금융범죄수사위원회(MASAK)는 '가짜 뉴스' 단속에 나섰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리라화는 달러 대비 7%가량 하락하며 6.9리라 선에서 거래 중이다.
이달 10일 리라화는 달러 대비 14% 폭락했다.
리라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고질적인 경상수지적자와 막대한 외채로 지목되나, 최근의 폭락 장세는 미국과 관계가 악화한 탓이 크다.
터키는 ▲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 ▲ 무역 ▲ 러시아 첨단무기 도입 ▲ 이란 제재 불참 ▲ 시리아 사태 해법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달 7일 터키 정부대표단이 갈등 해소를 모색하고자 미국을 찾았으나 9일 '빈손'으로 귀국했다.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와 관계가 좋지 않다"며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