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비망록' 무슨 내용 담겼나, "MB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나" 원망+분노

입력 2018-08-08 13:47
수정 2018-08-08 14:22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건넨 정황이 담긴 '비망록'이 공개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2008년 1월부터 5월까지 작성한 비망록 사본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총 41장 분량의 '이팔성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고 금품 등을 건넸다는 내용이 소상히 담겼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 전 회장은 2월 23일자 비망록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진로로 적혀 있는 부분을 놓고 이 전 회장은 검찰에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팔성 전 회장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KRX(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감독원장 자리에서도 연이어 내정되지 않자 "MB가 원망스럽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지"라며 허탈한 감정을 적기도 했다.

검찰은 '이팔성 비망록'에 대해 "도저히 그날그날 적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2011년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을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22억5천만원의 현금과 1천230만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팔성 전 회장이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의 자리나 국회의원 공천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지난달 30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5일간 수면 무호흡증과 당뇨 질환 등에 대한 진료를 받고 퇴원한 후 처음으로 이날 법정에 나왔다.

그는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면서 벽을 짚기도 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팔성 비망록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