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美 금리인상 신중론…'무역전쟁' 부메랑 되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7-09 09:39
수정 2018-07-09 09:41


미국과 중국이 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이 벌어진 뒤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미국 중앙은행과 월가는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평준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경기 흐름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이는 0.3% 포인트(p) 밑으로 좁혀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 위원은두 금리차가 0.6%p 밑으로 떨어지면 예의 주시한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 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과 같은 투자의 구루가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 금리 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동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믿는 Fed 위원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매각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처럼 수익률 곡선이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지난 10년간 어렵게 회복시켜 놓은 경기를 다시 망치는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밴 버냉키와 재닛 옐런 전Fed 의장, 그리고 현재 Fed 위원 중 일부는 '과잉 저축‘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왜곡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돈이 많이 풀렸을 때 수익률 곡선의 형태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그린스펀 실수(Greenspan’s failure)’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린 그린스펀 전Fed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저지른 주범으로 몰리면서 붙여진 이 용어의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그린스펀 독트린 대로 2004년 초까지 정책금리를 1%까지 내렸다가 그 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중국의 국채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졌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당시 자산시장 붕괴를 촉진시켰던 것이 유가였다. 2008년 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차단돼 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봉착한 투자은행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과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다한 유동성으로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맹신해 출구전략 추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을 때 출구전략을 정상대로 추진해야 이후에 닥칠 침체국면에 Fed가 운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수익률 곡선 평준화 현상을 놓고 벌이는 논쟁의 핵심이다. 판단은 쉽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경기 진단을 놓고 ‘21세기 블러그 전쟁’이라 불렸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버냉키 전Fed 의장 간 설전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결말에 따라 Fed의 출구전략과 미국 경기 그리고 세계 증시의 앞날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TRONG>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