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슈포커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러 분쟁들을 짚어보겠는데요.
부동산부 신용훈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늘고 있다면서요?
<기자>
최근 수년간 강남권을 포함해서 구도심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많이 늘면서 그 이면에 가리워져 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취재한 곳은 과천과 서초 재건축 단지 인데요 .계약할 당시와는 다르게 단지 설계를 적용 한다든지 시행사의 보증 문제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경우도 있고요, 심지어는 조합원들 대상으로 동호수를 추첨하고 난 뒤에 추첨이 잘못됐다면서 다시 재추첨을 하거나 재건축 이후 확연하게 달라진 구조로 재산상의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재건축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분쟁을 해결할 마땅한 창구가 없다는데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선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죠.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 중에서 먼저 계약당시하고 옵션이 다르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과천 부림동 일대에 들어서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재건축 아파트의 얘기입니다.
기존 주공아파트 재건축해서 총 1,317세대를 짓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44%) 575세대가 일반 분양 됐습니다.
문제는 이 단지가 일반분양할 때 써밋이라는 고급 브랜드 설계를 적용하는 것처럼 설명 했지만 실제 설계에서는 이 특화된 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겁니다.
일반 분양계약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이광섭 과천 푸르지오 써밋 일반분양 계약자
"일반 분양자들에게 분양하기 전에 푸르지오 써밋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계약조건을 바꿨어요.
그 부분을 시청에는설계변경을 해야한다고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직도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요청을 하지 않았어요. 이미 계약이 3월말에 끝났고 6월 중순이 넘어간 지금 시점에도 아무런 설계변경을 안하고 계세요. 물론 계속하겠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일반 분양 계약서 상에도 아파트 명이 그냥 '푸르지오'가 아니라 특화 설계가 적용되는 '푸르지오 써밋' 이라는 명칭을 썼습니다.
그리고 계약 당시 일반 분양자들 한테 받았던 '설치 변경확인서'에도 푸르지오 써밋의 특화 설계를 위해서 문주와 입면, 스카이라운지 디자인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일반분양 신청자들한테 설명한 내용이나 서류상 내용을 보면 고급 브랜드 설계가 적용되는 아파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설계로 단지 건축 허가를 받은 겁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하이브랜드 단지로 현재 특화된 설계로 허가를 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대우건설 관계자
답 :아무래도 하이브랜드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고 업그레이드가 되겠죠. 푸르지오랑은 다릅니다.
문: 여기(과천 센트럴파크 단지)도 특화된 설계로 허가가 들어가 있는 상태인 건가요?
답 :네
설계 변경신청서를 실제로 냈는지에 대해서 허가권을 갖고 있는 과천시에 확인한 결과 대우건설 측이 말하는 문주나 스카이라운지 등이 포함된 특화된 단지 설계 변경 안은 접수되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과천시청 관계자
문: 여기가 입주나 입면이라든지 스카이라운지를 만들겠다고 분양 당시에는 홍보가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 설계(허가)내용에는 그 내용이 안 들어있는 거죠?
답: 지금 그런거죠. 지금 상태에선.
문: 아직 (설계)변경 신청서가 들어온 것도 없고요.
답: 예예
고급브랜드 설계를 하겠다는 당초 홍보 내용과 달리 최대한 공사비가 적게 들어가는 쪽으로 설계 변경을 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앵커>
계약 당시와 옵션이 다르다면 불완전 판매 아닌가요?
<기자>
물론입니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은 그 부분을 피하기 위해 계약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허가상의 문제로 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뒀습니다.
<앵커>
분양가에 특화된 설계에 대한 프리미엄도 반영이 됐을 텐데 만약 당초 홍보한 대로 설계변경이 안될 경우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당초 기존 재건축 조합원 물량하고 일반분양 물량하고 가구별 옵션에도 차이가 있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이광섭 과천 푸르지오 써밋 일반분양 계약자
"조합원들은 확장을 하면 섀시는 어느 것을 넣어주고 유리는 몇 센티 미터를 넣어준다고 명기가 돼있었어요. 저희도 그걸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대우가 조합한테 얘기했던 부분이 뭐냐하면 이게 써밋의 상향부분이다 저희도 그 자료를 확인을 했어요.
요지는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들의 아파트가 다르다.
한가지 더는 조합원들에게는 써밋 상향이 되면서 방범 방충망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기로 했어요. 일반 분양자들은 옵션을 사야되는데 조합은 그냥해주지만 일반 분양자들은 돈을 내고 해라…
<앵커>
같은 단지 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이 사는 집하고 일반분양 받은 사람들이 사는 집하고 옵션이 다르다는 말씀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반분양 당시 모델하우스가 일반분양 옵션으로 전시가 됐었고 계약서 상에도 명기가 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고급 브랜드 설계 적용여부도 불확실 한 상황에서 옵션 비용까지 적지않은 추가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중도금 대출이 막혔다는 점인데요.
일반분양 자들에게 해주기로 했던 중도금 대출도 갑자기 불가통보가 왔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서 은행 대출에 제동이 걸린겁니다.
이전에는 시행사인 조합이 보증을 안 해 줘도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출금액의 90%까지 보증을 해주다 보니 대출이 쉬웠습니다
하지만 올 초부터는 공사에서 80%까지만 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은행에서는 대출 금액의 20%에 대해서는 시행사인 조합이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대출을 못해주겠다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보증에 나서는 데다 이자 대납까지 하겠다. 그리고 조합은 갖고 있는 60억원의 계약금을 은행에 예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은 조합의 정관변경까지 필요한 연대보증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대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규갑 과천주공7단지1구역 재건축조합장
"연대보증을 강요하지 않는 은행, 저희가 잔고가 60억정도가 있어요 계약금 들어온 것 이 예금을 옮겨주겠다. 그리고 실질적인 리스크가 없으니 연대보증이란 말을 빼고 빨리 진행을 하자 일반 분양자도 얼마나 걱정이 많겠냐, 대우건설이 담보를 더 넣어서라도 보증을 하겠다는데 그 것을 안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은행의 연대보증 요구로 대출이 가로막히면서 일반분양자들의 계약 포기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입주예정자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인데요.
입주가 지연되고 분양대금 납입에 문제가 생기면 시행사인 조합측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원만한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호수 재추첨 문제를 좀 짚어볼까 하는데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가 재당첨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초 우성1차 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얘기인데요.
지난 달 11일 아파트 조합원 동호수 추첨 당시 저층으로 분류돼야 할 6세대가 중층으로 입력됐고, 중층으로 분류 돼야 할 12가구가 고층으로 잘못 분류가 된 겁니다..
한마디로 조합원들을 그룹핑을 하는 과정에서 정비업체인 '아이엠지씨'가 실수로 입력 오류를 일으키면서 결국 재추첨 까지 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동호수 추첨을 받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재추첨 통보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A씨 서초 우성1차 재건축 조합원
"저희 같은 경우는 21층을 받았는데 또 몇 층이 될 지 모르죠 그리고 저희 같은 경우도 (기존 살던 동과)전혀 다른 도로변 동을 받았어요. 그래도 여러 사람 하는 거니까 기계가 하는 거고 그래서 불만은 안 가졌는데 그마저도 다시 한다고 하니까 또 몇 층이 될지도 모르고…
<앵커>
재추첨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 조합원들에게 보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사실 보상 등의 절차나 재추첨에 따른 하자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관련 규정이 명시가 돼 있어야 수월하거든요.
이럴 경우는 재추첨을 해야 한다든지 재추첨을 통해서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어떤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든지 내용이 있으면 규정대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는 이런 내용이 아예 들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막상 이런 상황이 닥쳐도 조합원 입장에서는 구제를 받을 길이 막막한 겁니다.
<인터뷰> 국토교통부 관계자
"저희는 가능하다 안 가능하다. 동호수 추첨 관련해서는 저희 법에는 없습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필요한 절차가 모두 법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조합내부에서 결정할 일이죠"
아파트 조합원 뿐만이 아닙니다. 서초 우성1단지 재건축의 경우는 단지내 상가 조합원 분양분에서는 기존 상가와 다른 설계가 나와서 시비가 일고 있는데요.
재건축 전에 상가는 외부로 나 있는 면이 긴 형태였는데 재건축 이후의 상가는 외부와 닿은 전면폭이 줄고 상가내부 깊이가 늘어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B씨 서초우성1차 아파트 상가조합원
"나중에 설계변경이 나온걸 보니까 폭이 줄어들어서 이러면 안되겠다…조합에서는 여러 번의 심사숙고를 했지만 폭을 늘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북쪽은(전면폭이) 넓어지고 서쪽은 좁아졌으니 서쪽의 한 상가 하나는 북쪽으로 옮겨주면 서쪽상가 폭이 조금 늘어날 수 있겠다 북쪽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것을 조합에서 인정을 안해줬습니다."
게다가 전면 폭이 줄어든 점포가운데는 재건축 전에는 없던 기둥이 생기고, 상가 내부 출입문까지 없어진 경우도 있었는데요.
자산 가치 하락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보상 받을 길은 없습니다.
<앵커>
결국 이 또한 조합 내부적으로 상가 위치를 변경에 대한 합의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비단이 단지뿐 아니라 다른 단지들 역시 앞서 언급한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구나 법령도 제대로 마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앞으로 재건축 단지가 늘면서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질 텐데 보다 촘촘한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