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단서라도…" 경찰, 강진 여고생 수색 총력

입력 2018-06-21 18:23


"열쇠나 휴대전화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흙이 섞인 흔적처럼 실낱같은 단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선두에 나선 경찰관의 지시가 떨어지면서 바스락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21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에서 숲속의 정적을 깼다.

산길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선 경찰기동대는 실핏줄처럼 갈라지며 숲 한복판을 향해 나아갔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빽빽이 들어차 햇살 한 줄기 스며들지 않는 숲에서 경찰이 찾는 것은 '아빠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사라진 여고생 A(16·고1)양의 흔적.

6일째 묘연한 A양의 행방을 찾아 경찰기동대는 이날도 산자락을 에워싸듯 수색을 이어갔다.

기동대원 수백명이 시위진압봉이나 대나무막대로 헤쳐나가는 수풀 한편에서는 수색견이 짖어대는 '컹컹' 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졌다.

수색로를 개척하느라 낫으로 관목 줄기를 패는 소음, 상공을 선회하는 헬기 비행음도 적막한 숲을 깨웠다.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들녘에서는 점점이 흩어진 경찰기동대원이 농수로와 논둑 아래처럼 사람 눈길이 쉽사리 닿지 않는 공간을 살폈다.

농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바둑판처럼 나뉜 들녘을 일정한 규칙으로 훑어 나갔다.

숲에서는 모기떼가 들녘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가 수색에 나선 기동대원들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경찰은 이날 인원 939명을 투입해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감지된 도암면 야산 일대와 주변 저수지를 수색했다.

A양이 만나기로 했던 '아빠 친구' B(51)씨의 자동차가 지나간 5㎞ 의심 구간과 거주지 주변에도 경찰 인력을 배치해 의심스러운 흔적을 찾아 나섰다.

수색에는 경찰견 7마리와 드론(무인기) 4대, 헬기 1대, 예초기 42대 등이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매 순간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