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목표로 쉴 틈 없이 달려온 문재인 대통령 역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비핵화 논의의 '중재역'으로 나서서 북미 간 의견 조율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특히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온 만큼 이날의 만남을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 오전 10시, 애초 예정대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회의 시작 전 국무위원들과 북미정상회담 생중계 장면을 시청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장으로 입장하는 장면을 국무회의장 안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텔레비전 등으로 지켜봤다.
특히 두 정상이 나란히 걸린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에서는 환한 미소를 짓는 등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어제는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며 "우리에게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남북미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뒤 평창동계올림픽과 4·27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숨 가쁘게 한반도 평화 여정을 헤쳐온 문 대통령의 감정이 이날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한때 북한 측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돌연 발표하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을 찾아가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5·26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미 간 중재를 위해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여러 위기를 돌파하고 북미정상이 이날 만난 것만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의 중대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중재역'이자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결실'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생중계를 시청하면서도 중간중간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물론, 이후 비핵화 논의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스케치'이다.
북미 정상이 이번에 긍정적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향후 비핵화 논의에서 얼마든 다시 고비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날은 비핵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을 뿐, 본격적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는 인식도 문 대통령의 표정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정상 간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