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7명 중 1명은 폭염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불안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있었던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총 11년의 조사 기간에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같은 기간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천579건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고온 노출과 정신건강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은 이런 비율이 19.1%로,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함을 보여줬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으며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고온에 대한 이전의 연구들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계온도가 33.1℃인 경우 정신질환 관련 병원 입원 위험이 최대 26.6%까지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또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 여름 동안의 폭염이 정서적, 신체적 불편을 초래해 불안을 촉발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리적 적응력이 떨어지고, 체온조절이 덜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