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친서에 '심기 불편'

입력 2018-06-02 18: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과) 러시아 측의 회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회동의 목적이 무엇일까"라고 반문하면서 "긍정적인 회동이었다면 나도 좋아할 것이고, 부정적인 회동이었다면 나로서는 즐겁지 않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아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나와 시진핑 주석은 많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그는 대단하고, 매우 훌륭한 남자(guy)"라고 말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3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親書)를 전달하고 올해 안에 양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접견에서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당신에게 아주 따뜻한 인사를 전했으며 현재 한반도에서 당신의 참여하에 전개되고 있는 대규모 사업들에서 성공을 거두길 기원했다"고 화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김 위원장 예방에 앞서 진행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한반도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고, 비핵화 협상은 여러 단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며 매 단계마다 상응하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북측의 입장을 상당 정도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과 러시아의 유착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에 방해가 돼선 안되며, 러시아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제동을 걸어선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