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셀트리온, 신라젠 그리고 에이치엘비

입력 2018-05-30 16:39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29일 주식시장에서 에이치엘비 주가 급락했습니다.

장중 한때 52주 신고가(사상 최고가)를 구가하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장 막판 악성 루머로 급락했습니다.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시가총액 8천억원이 증발했는데, 바이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악성 루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장 막판 악성 루머 유포…신종 수법 등장

최근 들어(올해 들어) 바이오주들이 급락하는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전후입니다.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들이 갑자기 장 막판 돌변하면서 10%이상 급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장중에 악성 루머가 퍼질 경우 회사측의 대응이 어느 정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손 쓸 시간이 없는 타이밍을 노리는 게 아닌가하는 게 바이오업체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실제 신라젠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 바이로메드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는 장 막판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여타 바이오주들의 동반 하락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 악성루머 1세대 피해주 - 셀트리온, 극약 처방도 안통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온갖 악성 루머에 시달린 대표적인 종목은 바로 셀트리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 10여년간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그 때마다 회사측이 대응하면서 숨바꼭질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악성 루머는 만성 질환 수준입니다.

지난해 9월 29일 셀트리온의 거래소시장 이전 상장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제 공매도와 싸우는 것은 그만합시다. 해외시장에서 내 별명이 '공매도'일 정도로 그동안 공매도 투사 역할을 했습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도 성장했으니 다 제자리로 올 것이라고 보고 실적으로 주가를 견인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오시밀러가 신약 개발에 버금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애브비와 로슈, 노바티스, 암젠 등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와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품목이기에 셀트리온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그동안 신약개발을 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몰두해야 하는 시간에 엉뚱하게 시장 교란세력과 싸우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셀트리온은 2012년부터 시장 루머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자사주를 매입해 왔습니다.

셀트리온 경영진은 글로벌 시장 개척과 연구개발에 몰두할 시간에 자사주 매입 등으로 1천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야 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수업료(?)일까요?

2013년 서정진 회장은 공매도에 지쳤다면서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까지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서정진 회장은 자신이 설립해 애지중지 키운 회사를 팔겠다고 선언까지 했겠습니까?

자사주 매입을 위해 1천억원을 들인 비용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쓰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을 위한 생산설비 증설에 썼다면 셀트리온의 주가와 미래는 달라질 수 도 있었을 것입니다.



▲ 악성 루머 2세대 피해주 - 신라젠, 셀트리온 떠난 (악성 루머) 빈 자리 채웠다

2016년말 상장한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 2017년 초 1만원대였습니다.

하지만 면역관문억제제인 '펙사벡'에 대한 임상시험의 성공적인 안착이 진행되고 주가가 상승하자 악성 루머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습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여름부터 근거없는 임상시험 지연 등의 루머가 돌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어찌보면, 셀트리온이 거래소 이전을 확정한 지난해 가을부터 신라젠은 악성 루머의 바통을 이어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급기야 올해 2월 신라젠은 주주들에게 "이용하는 증권사에 '대차거래 활용 금지' 혹은 '보유주식에 대한 대여 불가'를 요청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면역항암제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중인 신라젠은 최근 임상 환자가 사망했다는 글이 포털 게시판에 쏟아져 나오는 등 악성 루머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 악성 루머 3세대 피해주 - 에이치엘비, 제2의 신라젠 전철을 밟다

29일 악성 루머 유포로 주가가 급락한 에이치엘비 역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해 4월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4만~5만원대였지만, 하반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각종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9일의 경우 소위 악성 루머 3종 세트인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 임상실패설, 유상증자설'이 퍼졌습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시장 마감을 앞두고 회사가 대응하지 못할 시간에 대규모 유상증자설과 대주주 지분매각설, 임상환자 사망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포됐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측은 "대규모 유상증자는 반복되는 루머인 바 검토한 바 없으며,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미국 자회사 LSK바이오파마를 통해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말기 위암 환자 459명을 대상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을 진행중입니다.

리보세라닙은 2015년 중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에이치엘비도 악성 루머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 경영진 도덕성 공격하는 악성 루머

바이오기업들에게 있어서 신약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도덕성과 신뢰입니다.

그동안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각종 경영진의 비리(횡령·배임 등)에 연루되면서 상장폐지 등을 겪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29일 에이치엘비가 당한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과 유상증자설, 임상실패설 등은 경영진의 도덕성과 회사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루머입니다.

바이오기업들에게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대규모 유상증자 등은 악재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한 술 더 떠서 임상실패설은 기업의 미래가치마저 지우는 것입니다.

▲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근본적 이유

1) 시가총액 커지는데 수급 기반 허약…덩치 큰 어린이

바이오기업들의 경우 시가총액이 커질수록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게 사실입니다.

2조원 전후의 시가총액이 형성될 경우 항상 루머는 고질병처럼 따라다니는 모습입니다.

바이오기업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과 같이 탄탄하게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가, 연기금 등이 떠받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 10위권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 신한지주 등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10% 전후입니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제약주는 종근당(13.5%), 동아쏘시오홀딩스(11.5%), 동아에스티(10.6%), 유한양행(8.5%), 한미약품(5.8%) 등입니다.

반면,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기업의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이 5%를 넘는 종목은 1개도 없습니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은 금융감독원의 의무공시 가이드라인인 5%이하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있기는 합니다.<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메디톡스 등은 2% 전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주가하락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가, 외국인투자가들의 지분이 제약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악성 루머 세력에게는 좋은 허점일 수 있습니다.

또,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가 역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고하기 위해서는 실적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아 커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또한 맹점입니다.

어찌보면 '덩치만 큰 어린이'일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2) 시장·투자자와의 소통 부족도 극복해야

바이오기업의 경우 셀트리온이나 메디톡스 등의 경우 시장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시장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셀트리온과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의 경우 시장과의 소통과 주주에게 알리는 간담회를 많이 하는데도 악성 루머에 당하는 점을 본다면 주식시장과의 소통이 더 많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실제 취재 현장에서 일부 대형 바이오기업(셀트리온, 메디톡스 등)이 아닌 경우 정보의 전달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대부분 작은 기업들이기에 홍보와 IR이 융합된 경우도 많아 이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는 합니다.

3) 셀트리온-테마섹 모델도 고민해야 할 때

또한, 신약 개발이 목적인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모험 자본군에 속합니다.

신약 개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기금 등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과 시장이 이제는 셀트리온에 투자한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처럼 중장기적인 윈-윈(Win-Win) 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됩니다.



▲ 금융당국 감시·사법당국 처벌 더욱 강화돼야

바이오기업들이 악성 루머에 시달릴 때마다 호소하는 것은 금융당국에 대한 호소가 많습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호소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공매도의 경우 현행 제도상에서는 허용되는 부분이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악성 루머를 유포하면서 공매도하는 것은 엄연한 시장교란행위입니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감시는 물론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근절돼야 합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30일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바이오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공매도와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또다른 A바이오기업 CEO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과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할 시간도 부족한데 악성 루머를 막아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