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배명진 교수 의혹, 제주 살인사건부터 성완종 녹취파일까지

입력 2018-05-21 18:21


MBC 'PD수첩'이 '소리박사'라 불리며 음향 전문가로 알려진 숭실대 배명진 교수에 대한 의혹을 다룬다.

'소리'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전문가,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는 25년간 언론에 약 7천 번 출연했다. 그만큼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로 알려진 그에게 대한민국 언론은 열광했다. 연예인 욕설파문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각종 미제 사건까지, '소리'에서 단서를 찾아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에게 언론도 국민들도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런데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학계의 제보가 'PD수첩'에 접수됐다. 배명진 교수가 사용하는 음성 분석 기술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그의 분석 결과 역시 과학에 근거한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대한민국이 사랑했던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2012년 제주시 도남동의 한 하천 바닥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죽은 이는 제주방어사령부 소속의 김 모 하사.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아 의혹 속에 잠겨있던 이 사건은 배명진 교수의 목소리 분석으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유가족은 시신을 발견해 119에 알린 '익명의 신고자'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었던 상황. 배명진 교수는 '익명의 신고자'의 목소리가 바로 죽은 김 모 하사의 부대 선임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배명진 교수의 음성분석으로 인해 부대 선임이 김 하사의 죽음에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은 얼마 뒤 뒤집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성분석 결과 '익명의 신고자'와 부대 선임은 '다른 사람'임이 밝혀진 것. 잘못된 음성 분석으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될 뻔했던 부대 선임과, 김 하사 죽음의 진실을 찾기 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유가족은 배명진 교수의 잘못된 음성분석으로 인해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고 증언한다.

'PD수첩'은 배명진 교수가 직접 작성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문건을 입수했다. 바로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음성 파일, 이른바 '성완종 녹취'를 배명진 교수가 분석한 감정서다. 2015년 4월,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마지막 고백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완구 당시 총리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총리 측은 2심을 준비하며 배명진 교수에게 '성완종 녹취'의 감정을 의뢰했다. 배명진 교수는 성완종 회장의 목소리 진실성이 62.7%이며, 이완구 전 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증언은 허위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PD수첩'이 입수한 배명진 교수의 감정서를 검토한 음성 분석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작성된 감정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배명진 교수는 어떤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사람의 목소리를 분석하는 것일까.

'국내 최고 소리공학자라는 권위에 가려져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배명진 교수의 음성분석의 실체를 공개하는 'PD수첩'은 오는 22일(내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PD수첩' 배명진 교수 의혹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