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베트남 경제 돋보기] 베트남 사업 성공의 마법 '내 사람 만들기'

입력 2018-05-23 09:00
수정 2018-05-23 14:19
"내가 당신을 배신할 수 없었던 이유”


최근 주변에서 "베트남이나 해외에 가서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 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주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처음부터 대규모 사업에 투자하지 말고, 진출·투자를 실행하기 전 해당 업종에 대한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와 정보수집, 충분한 예비 사업타당성 검토를 한 후, 진출여부를 결정하라"

"국내에서 오랫동안 종사했거나 경험이 많은 사업을 현지에 가서 하라"

"현지인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우위의 첨단기술, 특허, 한류, 기타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업이거나 경쟁을 불허할 만큼의 거대자본을 투입하는 사업에 투자하라"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답변들은 뭔가 의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찜찜함이 있을 때 마침 질문자가 "그럼 말씀하신 대로 하면 베트남에서 정말 성공할 수 있습니까? 성공을 보장할 수 있습니까?" 하고 재차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NO (아니오)"다. 진짜 중요한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배신할 수 없었다."

이 말은 7년간의 호찌민지사 주재근무를 마치고, 귀국 직전 베트남 사람들과 가진 송별회 자리에서 5년 넘게 같이 근무했던 현지인 K매니저가 필자에게 던진 말이다.

K매니저의 말은 그 당시 농담반 진담반 우스갯소리로 "시중에 외국인 지갑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 "외국인하고 같이 일해서 3년 안에 부자 못되면 바보"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5년 동안이나 같이 일하면서 부자가 못됐다"는 너스레였다.



그런데 그가 그동안 말을 않고 있다가 필자의 귀국 직전에서야 토해낸 '배신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K의 직계가족과 친척의 경조사 때 찾아주었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K집에 방문해 *사촌조카들(*주: 5살~10살 정도 되는 딸들이 있었음)에게 초코파이 한 상자를 선물하는 일이 많았고, 회사에서 점심식사 때 외국인 지사장이라고 따로 먹지 않고 한국인, 베트남인이 한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거나, 회사 회식을 자주 했다거나, 붕타우로 MT를 갔던 일 등의 매우 일상적이고 단순한 일들이 반복된 결과였다.

다시 말해 K의 부모형제 및 일가 친척들을 모두 알게 됐고 한 가족처럼 소통하는 관계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외국인은 봉, 외국인 지갑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봉'으로 대하지(배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현지 매니저는 외국인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사업시작 할 때)부터 그렇게 하면(가족과 같이 대하면) '베트남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첫 단추를 잘 꿰는 베트남 진출·투자 성공의 마법'이라고 베트남을 곧 떠날 필자에게 조언했다.

필자가 K매니저의 집에 자주 방문한 것이라든지, K의 조카들에게 수시로 초코파이를 선물한 것이라든지 등의 일은 무슨 특별한 성공전략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낮 동안 바쁘게 지사업무를 하다가 오후 해질 무렵, 한국에 두고 온 어린 딸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종종 찾아간 것이었다.

그 결과 현지인 K매니저의 입장에서는 '대 외국인 빼먹기 작전 계획'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기업들을 살펴보면 K매니저의 조언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즉, 베트남에 진출한 외투법인이 현지인과 소통을 잘하고 노사화합에 성공하면 경영성과도 좋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대표 사례로 '태광비나'가 베트남 내 외국인기업 노사관계 대표우수기업으로 선정(2017년 10월 응웬 쑤언 푹 총리 축하방문)됐다. 이는 관리체계 현지화를 통한 현지인 관리자, 임원 육성 및 유치원, 사내병원, 직원전용마트 등 복지시설 운영, '지역사회와 함께, 종업원과 함께 발전하는 기업'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스틸 비나' 역시 베트남 내 외국인 기업 노사화합 우수기업으로 선정(2018년 4월)돼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증서를 받았고, 앞서 지난 2010년부터는 5년 연속 '노사화합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상생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해 현지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좋은 사례이다.

'첫 단추를 잘 꿰는 베트남 진출·투자 성공의 마법'은 무슨 특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베트남 직원과 가족같이 지내는 것이다.

베트남인들과 '문화소통을 잘하는 것'



이것이 경영이론이나 사업 전략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앞선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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