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사법부의 '성차별'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19일 혜화역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1만2천여 명(경찰 추산 1만 명)의 여성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며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알려졌다. 최근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지난 3월 열린 미투 집회는 2천명(경찰 추산 1천500명),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집회는 2천500명(경찰 추산 1천명)에 그쳤다.
혜화역 시위 운영진은 이날 발언대에서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경각심 재고 및 편파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에 성별을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취급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는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혜화역 시위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남성 몰카 범죄자들에게 선처가 이어졌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남성 성범죄자들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다.
그는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카 찍는 것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며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소리쳤고, 그때마다 참가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고 흔들며 야유했다.
이들은 시위 중간 자신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남성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당사자를 가리키며 "찍지 마, 찍지 마"라고 외쳤다.
시위 도중 운영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집회를 생중계하고 있고, 염산 테러를 계획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하자 함께 고함을 치며 분개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의 주장과 달리 최근 중대한 몰카 범죄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구속 수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붙잡힌 몰카 피의자 총 1천288명 가운데 남성은 1천23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다. 여성 중 구속된 피의자는 홍대 몰카 사건 안 모(25) 씨가 유일하다.
몰카 범죄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은 남성이며, 사안이 중대한 경우 구속 수사를 받는 것은 일관적인 추세다.
2016년에는 전체 몰카 피의자 4천491명 중 남성이 4천374명이었으며 135명이 구속됐다. 지난해에도 몰카 피의자 5천437명 중 남성이 5천271명이었고 119명이 구속됐다. 이 기간 몰카 혐의로 입건된 여성 283명 중 구속된 사람은 없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무거우며 유포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경우 구속 수사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리 목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상습적으로 중요 부위를 촬영한 경우, 공공장소에 침입해 촬영한 경우 등이 구속 대상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몰카 범죄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후 단순 촬영도 구속하는 등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화역 시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