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보육지원 사업 '반쪽짜리'

입력 2018-05-18 17:19
<앵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은행 직원이 이용하는 어린이집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중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시내의 한 직장 어린이집.

출근 시간 아이 손을 잡고 데려다 주는 직원들로 분주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운이 따라야 합니다.

4대 은행 전체 직원 5만7천여명 가운데 직장 어린이집 혜택을 누리는 1%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A 은행 직장 어린이집 학부모

“여기는 좀 늦게까지 와도 잘 돌봐주시니까 다른 일반 (어린이집) 다니는 것보다 마음 편한 게 있어요.”

실제 4대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직장 어린이집 숫자를 보면 더욱 초라합니다.

리딩뱅크를 자부하는 KB국민은행은 단 2곳에 불과하고 신한은행 4곳, KEB하나은행 8곳, 우리은행 4곳 등 총 18곳에 불과합니다.

많게는 수십 대 1에 달하는 치열한 경쟁률에 2~3년간의 오랜 기다림은 기본입니다.

그나마 있는 어린이집도 90%가 서울 중심지나 수도권 일부에 몰려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서울 외곽 지점이나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인터뷰> A 은행 직장 어린이집 학부모

“집들은 다들 가깝지 않아요. 어차피 대기했다가 이번에 떨어지고 안되고 하면 마음을 접긴 하거든요.”

은행권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문 닫은 지점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논의는 없습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며 생색을 내지만 정작 직원들의 요구는 수년째 외면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B 은행 직원

“내 안식구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시면서 밖에 그렇게 750억원이란 큰돈을 한 번에 쓰시는 거는 납득을 할 수 없고, 항상 말하는게 재정문제 였거든요. 앞뒤가 안 맞는게 아닌가.”

채용비리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사태를 무마시키기 위해 정부 공약사업에 발 벗고 나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