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편성 후 승승장구하던 MBC TV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프로그램에 삽입해 논란이 인 후 두 차례 사과에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최승호 MBC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이영자는 녹화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양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지난 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재밌게 뉴스 보도 형태로 편집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특보 화면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과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어묵'이라고 모욕했다가 공분을 산 사례가 있어 이번 논란은 더 커졌다. 또 지난 경영진 때 일이기는 하지만 MBC에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자료들을 화면에 사용해 논란이 된 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괘씸죄'도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비난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9일 공식입장을 내고 "편집 후반작업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다"며 관련 영상 삭제와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식지 않자 MBC는 재차 사과문을 내고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승호 MBC 사장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MBC는 지난해 12월 정상화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거 왜곡 보도를 반성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께 사과드린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해 매우 죄송스럽고 참담하다"고 사과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호평을 받아 지난 3월에는 정규 편성돼 최근 시청률이 9%를 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기에 MBC로서는 이번 일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출연진 중 한 명인 개그맨 김생민이 '미투' 문제로 중도 하차해 수습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후폭풍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 보인다.
일단 사건 당사자인 이영자가 이번 논란으로 큰 충격을 받아 다음 녹화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제작진에게 전달함으로써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영자는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남다른 '먹방'(먹는 방송)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기에 이번 사태에 더욱 상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자 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영자 씨가 현장에서 방송분을 볼 때는 해당 내용이 없었는데 후반 편집 후 생겼다"며 "본인이 이번 사태에 굉장히 놀라 일단 다음 녹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다음 녹화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과 이영자 소속사 양측은 현재 모두 긴급 대책회의 중으로, 입장이 정리되면 다시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