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혐의부인, "독특한 연기지도일 뿐"?

입력 2018-05-09 18:55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측이 법정에서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감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 절차는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전 감독은 녹색 수의를 입은 채 직접 법정에 나왔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의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자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며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 호흡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지도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이 왜곡됐다는 것"이라며 "오랜 합숙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로 폭행·협박이 있거나 의사와 관계없이 갑자기 손을 끌어당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 측은 공소장에 피해자들의 실명이 아닌 가명이 기재된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누가 무슨 진술을 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태로 재판을 진행한다면 마치 인민재판식인데 여론몰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피고인의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진술한 피해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며 "변호인도 그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감독 측은 피해자들 진술 대부분을 동의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소 민감한 내용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어 피해자 진술 등에 대한 이 전 감독 측의 의견을 듣고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25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