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바이오주들이 크게 출렁인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가 증권가에서 화제다.
최악의 경우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가능성 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다른 증권사들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의견 표명을 보류하거나, 기존태도를 바꿔 중립적 의견을 나타내는 등 몸을 사리는 것과 달리, 매수를 외치고 나온 소신 보고서라는 점에서다. 사태 발생 이후 이틀 만에 신속하게 내놓은 이 보고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작다"며 "최근 변동성 확대는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잠정결론을 내린 지난 1일 이후 나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사의 보고서는 총 3개로, 이 가운데 "저가매수 기회"라고 투자자들을 부추긴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유안타증권은 "투자의견 조정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KB투자증권은 "거래정지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의 전망이 맞을지는 시간이 흐르면 밝혀지겠지만, 이 보고서를 낸 한국투자증권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한국투자증권이 2016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대표주관사라는 점에서다. 상장 주관사는 기업의 재무분석은 물론 수요예측결과와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행회사와 협의를 통해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상장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맡는다. 금융감독원이 몇년에 한번하는, 증권사 업무 전반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는 종합검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도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책임에서 상장주관사도 자유울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조원이 넘는 IPO 대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대표주관사을 따낸 것을 기점으로 증권업계 IPO 최강자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주관을 하면서 여기서만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겼고, 그 해부터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을 제치고 이 분야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자본금 8조원이 넘는 초대형IB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는 등 IB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한 결과,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거나 유상증자를 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가 됐다는 징표로 볼 수 있다. 상장을 주관한 이후에도 나몰라라 하지 않는, 리스크가 발생해도 리서치센터까지 합심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자세는 기업고객과의 신뢰를 쌓는데 긍정적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식회계 사태 이후 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사흘 새 8조원이나 증발했다. 사태가 쉬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바닥도, 투자자 피해 규모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내세운 '트루프렌드(true friend): 진정한 친구'라는 슬로건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