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권이 32년 만에 녹색 옷을 벗고 남색으로 갈아입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가 2020년 도입을 목표로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자여권 표지색이 남색 계열로 잠정 정해졌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2일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2018~2022)을 발표하면서 2007년 여권 디자인 개선 공모전 최우수작(서울대 김수정 교수)을 토대로 한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밑그림을 공개했다.
현재 일반이 사용하는 여권은 진녹색 바탕 중앙에 금박 국장(國章)이 있다.
이를 짙은 청색으로 바꾸는 안이 유력하며 국장 크기와 위치도 달라진다.
1994년 기계판독여권, 2005년 사진전사식 기계판독여권, 2008년 전자여권 등 여권 형태와 양식이 계속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표지만은 녹색이 유지된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녹색 여권이 사용된 것은 1988년부터"라면서 "예정대로 2020년부터 남색 여권이 쓰이게 되면 32년 만에 바뀌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녹색 여권이 촌스럽다거나 문화적 맥락에서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간간이 제기됐다. 지난 3월에는 '초록색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라며 표지를 파란색으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차세대 전자여권 속지에는 페이지마다 각기 다른 우리 문화재 문양이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여권에는 6개 원안에 들어간 당초와 작은 삼태극 문양 아래 숭례문과 다보탑이 번갈아가며 찍혀 있다.
김수정 교수는 "여권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문서이기에 우리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다양한 우리 문화재를 실어 사람들이 박물관을 보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재를 실을지는 자문회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색 보정과 글씨체 보완 등 아직 세부적인 과정이 남아 있다"라면서 "올해 말까지 디자인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