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간편결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시각장애인들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비슷한 '페이' 업체들은 다 되는데, 유독 네이버만 서비스가 안 돼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박해린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기자>
시각장애인 김동현 씨는 최근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한 번만 카드를 등록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결제를 시도해봤지만 시작조차 못한 겁니다.
카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보안 키패드 상의 문자를 누르자 엉뚱한 소리만 반복합니다.
원래는 누르는 숫자가 소리로 들려야 하는 데 화면에 나온 숫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겁니다.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해봐도 마찬가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김 씨는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인터뷰]김동현 시각장애인
“비밀번호는 당연히 제가 눌러야 하는거고 굉장히 민감한 개인 정보인데 제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한테 알려줘야 하고….비밀번호가 비밀이 아닌 상황이 되는 거죠.”
네이버페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네이버페이측은 비밀번호 보안 상의 문제 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페이 업체처럼 이어폰을 착용하는 방식을 쓰면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보안'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
“네이버페이도 충분히 가능한 기술일 거예요.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거나 비용이 든다던가 이런 문제인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이죠.”
유럽과 미국처럼 모바일 앱의 접근성을 의무화하는 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도 요원한 상황입니다.
가입자 수 1위를 내세우는 네이버페이. 25만 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허울뿐인 1위인 셈입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