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호원 '화제'…남북, 경호기관도 '합동 경호'

입력 2018-04-28 21:38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무대 뒤에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다. 남북 경호기관의 철통같은 '합동 경호'도 그중 하나였다.

대통령 경호처와 북한 호위사령부는 회담이 열린 27일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을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두 정상을 합동으로 경호했다.

합동 경호는 우리 경호처가 경호책임기관으로서 전반적인 사항을 준비·실행하고 각 포스트에서 남북 경호 인력이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상 외국 정상이 방한했을 때 현지에서 다수 경호 인력이 넘어오기 어려워 우리 측이 해당 정상의 경호를 전담하다시피 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우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북측의 삼엄한 경호였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이북 판문각 현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호위사령부 소속 경호원 10여 명이 '인간 방패'처럼 그를 둘러쌌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오전 회담을 마치고 오찬과 휴식을 위해 북쪽으로 돌아갈 때나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때도 경호원 12명이 단체 구보하듯 그의 차량을 따라 달렸다.

북측이 이렇게 김 위원장의 근접 경호에 각별히 신경 쓴 것은 여전히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판문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측 경호원들의 모습은 생중계 화면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까지 나가 김 위원장을 맞이할 때도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리 경호처는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1선 경호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설정하고 근접 경호 인원을 최소화하되 2선, 3선에서의 외곽 경호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호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편하고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되도록 '화려한 경호'를 피하려 애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조에는 북측 경호원들도 호응했다.

실제로 두 정상이 수행원 없이 단둘이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30분간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눌 때 남북 경호원들은 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먼 거리에서 상황을 주시했다고 한다.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28일 "우리 경호 인력이 북측 경호 인력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을 것"이라며 "이를 드러내지 않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경호처와 호위사령부는 이번 회담을 준비하면서 2차례 통신 실무회담, 3차례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통해 손발을 맞춰왔다.

실무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나오면 세부사항은 남북 경호협력조정관 사이에서 조율하는 등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조정관은 신용욱 경호처 차장이 맡았다.

이번 회담에서 오랜만에 조우한 남북의 '시니어' 경호원들은 2000년과 2007년의 1·2차 정상회담 때 안면을 텄지만 이제는 퇴직한 선배 경호원들의 안부를 서로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남북 경호기관의 교류와 협력도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