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외면하는 카드사

입력 2018-04-25 17:14
수정 2018-04-25 17:53
<앵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카드사에 대해 25만 명에 이르는 시각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카드를 발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는데요.

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카드 발급을 꺼리고 있어, 장애인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박해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급 시각장애인인 김 씨.

앞이 보이지 않는 김 씨에겐 상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홈쇼핑이 유일한 쇼핑 창구지만, 결제 과정에서 번번이 벽에 부딪힙니다.

신용카드가 있어도 결제에 필요한 카드 정보를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혜일 3급 시각장애인

"내 카드에 있는 것이지만 내가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에요.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아요. '점자카드 발급되나요?' 하면 대답 듣는 데 상당히 오래 걸려요. 본인도 모르거든요. 콜센터 상담원도."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에게 주력 카드를 점자카드로 만들어 발급하도록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 안내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현재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국민카드만 모든 카드를 점자카드로 발급하고 있고 나머지 카드사들은 평균 한 종류의 카드만 점자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상품 안내에도 매우 소극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홈페이지에서조차 점자카드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지 않는 카드사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지난 2월부터 점자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한 카드사는 고객센터를 통해 카드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홍순봉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

"시각장애인들이 발급받고자 하는 카드는 점자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카드 번호나 유효기간 등 카드 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확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카드사들은 수요가 적고 관리도 어렵다며 점자카드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드사 관계자(음성변조)

“비용이야 얼마나 들겠어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소수라 관심을 못 가진 게 사실인 것 같고요. 약관 등도 점자로 만들어야 해서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는는 거죠.”

현재 국내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모두 25만여 명.

기본적인 결제수단인 신용카드만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카드 발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