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육아휴직 사용자나 사용 기간은 여전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여서 일·가정 양립을 안착시키려면 남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등 제도와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는 현실적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박사는 '육아휴직제도 남성참여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고 그를 통해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남성할당제 시행과 소득대체율 향상을 제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등 7개 국가는 모두 남성할당제를 택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보다 소득대체율이 높다.
반면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전통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 사회로 소득대체율이 낮고 할당제도가 운영되지 않아 육아휴직 제도를 마련했더라도 사용률이 높지 않은 국가로 분류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수입과 직장 내 지위가 높고, 돌봄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한 것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할당제 도입 이전 4%에 불과했던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은 제도 도입 이후 90%까지 올랐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부가 자녀를 출산하기로 하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요인이 육아휴직이며, 부부가 육아휴직을 동등하게 사용하도록 강제한 제도가 둘째 아이 출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1970년대에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지만 주 사용자를 여성으로 상정한 핀란드, 부부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는 젠더 중립적인 스웨덴의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해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보다 성평등 의식이 떨어지는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이주한 남성은 본국에서보다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아휴직 참여를 결정할 때 인식이나 태도보다는 제도와 정책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이 출산 후 직장에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고 노동시장의 성평등이 촉진된다"며 "여성의 경제활동과 경력 유지가 가능해짐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자녀 출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은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휴직기간 분할·선택 사용, 부부 동시사용 등 제도의 유연성으로 남성이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관련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