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정상 핫라인 분단 최초 개통, 역사적 첫 통화 내용은

입력 2018-04-20 23:56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개통됐다.

남측 핫라인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북측 핫라인은 국무위원회에 설치됐다. 남북 정상이 수화기만 들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분단 70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언제든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핫라인 개통의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은 두 차례 열린 바 있지만, 정상 간 통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정상 간 핫라인은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관리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은 상대방에 대한 오인이나 잘못된 인식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상 간 핫라인이 연결돼 있으면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우발적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냉전 시기에도 핫라인은 적대국 간 충돌을 방지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신뢰구축 조치 중 하나였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한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핫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다만 당시 핫라인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에 연결돼 정상 간 직접 통화가 가능한 직통 핫라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애초 북한 노동당사에 핫라인이 설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무위원회에 통화기가 놓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금까지 노동당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당 중심 국가를 표방해 왔다. 그런 북한이 노동당사가 아닌 국무위원회에 핫라인을 설치한 것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책상 위에 핫라인이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남북 정상이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통화를 시도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상 간 통화에 앞서 양측 보좌진이 먼저 통화 시점과 의제를 사전에 조율한 후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과 14일 열린 통신분야 남북 실무회담과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와 관련한 일종의 합의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시범통화도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북한 국무위원회 관계자 사이에서 이뤄졌다. 앞으로의 핫라인 통화도 보좌진끼리 먼저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이뤄질 것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 통화 시기는 다음 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고위급 회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 모두 첫 통화인 만큼 무거운 주제로 대화를 나눌 것 같지는 않다"며 "날씨 이야기 같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회담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